흥행의 귀재로 알려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쥬라기 공원’을 만든 것은 93년이었다. 당시 6천5백만 달러를 들인 이 영화는 한햇동안 8억5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엄청난 수익이었으나 일반인들은 실감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수익이 ‘현대차 150만대를 수출해서 얻은 이익과 같다’는 설명이 뒤따르고서야 영화산업의 위력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가 수출한 자동차가 모두 64만대였으니 놀랄만도 하지 않은가. 그 뒤 블록버스터(대작영화)는 곧잘 자동차 대수에 비유되었다.
99년 ‘쉬리’가 관객 6맥만명을 넘겨 ‘타이타닉’의 흥행을 앞지르자 한국은행은 쏘나타 1만1천667대의 생산효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쉬리 신드롬을 기폭제로 한국영화의 ‘봄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0년에는 ‘JSA 공동경비구역’이, 2001년에는 ‘친구’가 대박을 터뜨렸고 올해는 ‘집으로’가 그 행진을 잇고 있다.
친구의 경우 관객 8백20만명을 동원, 매표액만 4천9백억원을 벌어 들였다. 한국은행은 친구의 경제가치를 뉴 EF 쏘나타에 대비, 1천5백22억원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이같은 한국영화의 호황은 4-5년간 지속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가 “한국영화 산업이 지난 10년 동안 기적적으로 성장했다”고 보도할 정도다.
전 세계적으로 영화산업은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영화는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영화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국산영화의 자국 점유율 46.1%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해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일본 등이 30%대에 머물고 있어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 1위인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한국 영화산업의 선순환구조와 발전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성장요인으로 7가지를 꼽았다. △우수한 인력의 유입 △풍부한 자본의 투자 △우리 정서에 맞는 시나리오와 배우 △효과적 마케팅 △멀티플렉스의 성행 △효율적 배급망 구축 △관객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충무로에 돈과 우수인력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기존의 창투사 영화사 외에 하나은행 MBC 등 26개 영상전문투자조합에서 조성한 자금만 2천억원에 이른다.
이 자금중 상당수는 핫머니가 아닌 5년 이상 영화에 투자하도록 발이 묶여 있는 돈이다. 여기에 제작에서 마케팅에 이르기 까지 20-30대의 다양한 전문인력들이 앞다퉈 몰려들고 해외파들 까지 합류, 두터운 인적 자원이 형성되었다.
반면 제작비 상승과 국내시장의 한계, 소재의 편중 등 위기요인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지난주 열렸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좀더 산업적 측면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영화산업의 기치를 먼저 올린 부산이나 부천 등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단군 이래 최대의 대박이었던 ‘친구’가 부산에서 100% 촬영되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지난해 부산의 영화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친 생산성은 4백억원으로 잡는다. 각종 촬영지원시설과 브랜드가 주는 도시 이미지 창출까지 합하면 1천억원대를 넘는다고 한다. 40억원 남짓 투자해서 얻은 것 치고는 엄청난 효과다.
물론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전주영화제에 이것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수 있다. 아직은 박수와 격려가 더 아쉬운 때다. 일주일간의 ‘행복한 영화여행’에 기를 쓰고 참여하면서 느낀 소회다.
/ 조상진 (본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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