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선물을 내밀어도 어색하지 않고, 나들이 가자는 전화를 걸어도 민망해지지 않을 오월. 그 끝자락에 가슴 설레는 연극무대가 있다. 21일부터 26일까지 6일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제18회 전북연극제(대회장 박병도).
도내 4개 지역에서 6개 극단이 참여한다. 전주 극단은 ‘창작극회’(대표 류경호), ‘명태’(대표 최경성), ‘하늘’(대표 조승철)이, 남원은 ‘둥지’(대표 정주환), 지난해 연합공연 형태로 참여했던 군산 ‘사람세상’(대표 박능규)과 익산 ‘작은 소·동’(대표 이도현)은 올해 분가(?)해 따로따로 무대를 마련했다.
지난해보다 한 개 극단이 줄었지만 빠듯한 제작비와 연극인력 부족 등을 고려한다면 제대로 구색은 맞춘 셈.
이번 연극제를 통해 극단의 이름을 건 처녀출전으로 ‘배꼽’을 떼는 ‘작은 소·동’ 이도현 대표는 “이번 공연을 통해 도민에게 익산에 ‘작은 소·동’이라는 극단이 열심히 활동 중임을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또 ‘사람세상’의 연출 최균씨도 “전국연극제 출전 티켓 확보라는 경선도 중요하지만 축제를 만들어내는데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더 기쁜 일이다”고 말한다. 굳이 경선 대열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연극축제의 흥을 돋우는데 한 몫 할 수 있다면 그만이라는 이들로 인해 전북연극제는 더 흥겹다.
올해 전북연극제는 여느 때와 다르다. 연극제를 통해 전국연극제에 출전할 대표팀을 선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올 가을에 전주에서 열릴 제20회 전국연극제의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사 진행과 홍보, 인력활용 등 여러 부문을 함께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올해 출품되는 연극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극단 둥지), ‘그 여자의 소설’(극단 창작극회), ‘배꼽’(극단 작은소·동) 등 페미니즘적 성격을 담기도 하고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극단 사람세상)나 ‘숨길 수 없는 노래’(극단 명태)처럼 소외된 이들의 삶을 통해 현 시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종이새’(극단 하늘)는 한국 전통여인의 삶을 통해 구·신세대의 단절과 화해를 그린 작품.
특히 극단 ‘하늘’과 ‘명태’에서 준비한 창작초연되는 작품은 창작극 부진이라는 전북연극의 만성적인 문제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종이새’의 김정수씨(43·우석대 연극영화과교수)와 ‘숨길 수 없는 노래’를 쓴 ‘아마추어 극작가’ 최정씨(23·극단 명태 연출부)가 보여줄 연륜과 패기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해는 극단 하늘의 ‘부자유친’(원작 오태석 연출 조승철)이 최우수작품상으로 선정, 전국연극제에 전북대표로 참여해 은상을 수상했다.
올해 전북연극제는 ‘연극인들만의 잔치’를 벗어나기 위한 연극인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최근 몇 년 꾸준히 감소해온 관객의 발길을 어떻게 잡아끌 것인지 이목이 집중된다.
올해 전북연극제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2시, 소리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장에서는 오경숙 교수(우석대 연극영화과)와 김병호 대표(다운기획)의 발제로 ‘다양한 축제 속에서 연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학술세미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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