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먼저 아우 먼저’로 시작된 민주당 도지사 경선은 강현욱후보에게 신승(辛勝)을 안기며 ‘형님 먼저’로 막을 내렸다. 35표 차이라는 박빙의 경선결과를 정세균의원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 며칠 전 일부 언론의 ‘비자금 관리 의혹’ 기사만 보도되지 않았던들, 일부 지역에서 드러난 것처럼 돈을 좀 더 썼던들, 투표일이 일주일만 더 길었던들 등등의 별의별 생각이 다 들 수도 있다. 차라리 3백50표 차이였다면 덜 서운했을 것을 왜 하필 35표 차이란 말인가.
‘어떻게’의 방법론 제시해야
세간의 이목은 이제 강현욱 당선자에게 모아지고 있다. 이미 검증받았다고 자평한 그는 말했다.
“상처 나서 갈갈이 찢긴 도민 자존심을 깨끗이 치유하고 당당히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는 날을 열어 가겠다” “우리 후손들이 ‘내 고향은 전북이오’하고 전북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들겠다”
대단한 의욕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다짐인 것 만큼은 분명하고 그에 대한 평가도 ‘아직은’ 후한 것 같다.
문제는 ‘어떻게’의 방법론이다. 의욕이나 열정, 자신의 ‘브랜드’만 갖고 ‘상처 나고 갈갈이 찢긴 도민 자존심’을 치유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후손들이 전북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들겠다는 약속은 임기 4년에 해결될 일도 아니다.
민주당 경선은 당내 행사이기 때문에 그런 약속들은 선언적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6.13 본선 게임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돼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해서 전북을 잘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인지 세부적인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강현욱의원 자신의 말대로 ‘초보 의사가 아닌 능력과 경험있는 의사’라면 수술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구상 정도는 밝혀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무리 역량을 갖춘 인사라 할지라도 모든 일을 혼자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선거가 끝난 뒤 각계에 보낸 이메일 서신에서 그는 “정세균의원과 하나가 되고, 당원들이 하나가 되고, 도민들이 하나가 되어 위대한 전북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언급한 대상의 씨줄과 날줄을 어떻게 하나로 엮어 낼 것인지 방법의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겨져 있다.
다른 또 하나는 외적 환경과의 협력관계다. 강현욱 정세균 두 후보는 전북일보 초청 토론회에서 전임 지사에 대한 단점을 묻는 질문에 ‘도민 여론 수렴을 소홀히 했다’ ‘도의회와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의 협력이 원활치 못했다’ ‘시민단체와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북을 이끌겠다고 나선 예비지도자는 이런 지적 역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
이같은 지적에다 굳이 하나를 덧씌운다면 사조직에 의존하기 보다는 공조직을 활용하라는 주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적인 인연에 의한 폐단은 도정과 청와대의 예에서 우리는 그 심각성을 보아왔다. 공조직의 형해화와 의사결정의 왜곡, 생산성 저하, 조직내 위화감 조장 등 역기능이 많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캠프사람들 또는 비선에서 움직인 많은 사람들이 우쭐대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흔적들이 비친다면 이 역시 강현욱후보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강현욱의원이 과거 명지사를 했다고는 하나 당시 환경은 관선시절이기 때문에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있는 지금과는 확연히 다르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정치력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그의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경재 (본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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