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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스승의 날



스승의 날

 

 

啄同時

 

줄탁동시

 

 

'줄( )'과 '탁(啄)'은 동시에 이루어진다.

 

 

불교 전적인 《선림보훈음의(禪林寶訓音義)》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줄( )'은 알을 깨고 나오려하는 병아리가 어미 닭에게 신호를 보내는 소리를 말하고, '탁(啄)'은 어미 닭이 병아리가 보내는 신호를 듣고서 알 껍질을 깨주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이 '줄( )'과 '탁(啄)'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때를 놓치면 병아리는 죽고 만다. 후에 이 말은 선(禪)불교에서 수행자의 질문과 선사의 대답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었는데 ' '은 수행자의 질문을 '啄'은 선사의 답을 의미한다.

 

스승과 제자사이에 계기(契機)가 서로 투합하여 꼭 물어야 할 때에 묻고 그 물음에 대해 가장 절실한 답으로 대답을 할 때 가르침은 이루어진다.

 

무릇 교육은 이렇게 이루어져야 한다. 선생님과 학생이 인생과 학문에 대한 절실한 물음과 답을 사이에 두고 학생은 간절하게 ' '을 하고 선생님은 제때에 '啄'을 하여 학생에게 시원한 깨달음의 자유를 안겨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가 곧 참 자유이고 그러한 자유 속에서 비로소 위대한 창작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은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절실한 만남 자체가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시험 보는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뿐이다.

 

하루 빨리 교육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한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도 난세는 계속된다. 교육은 당당해야 한다. 전국의 선생님 여러분! 당당하게 인품을 닦고 실력을 쌓아 극성 엄마의 극성을 물리치고 떳떳하게 가르치도록 합시다.

 

선생님들이 당당할 때 회초리는 '사랑의 매'라는 찬사를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폭력'이라는 멍에를 쓰게 됩니다. 다시 사람만이 교육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도록 합시다. 이 스승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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