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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詩語로 펼쳐낸 아름다운 자기성찰



문학장르가 그러하듯 시는 말장난으로 재주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여과된 애정과 열정의 소산이 있어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때문에 억지로 짓거나 애써 만들지 않고 자연스레 생활 속에서 배어나는 시가 읽는 맛을 제대로 우려낸다.

 

일상 속에서의 자기성찰과 서정미가 넘치는 두 교사의 시집이 잇따라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 박석구 시인(남성고 교사)의 ‘하루에 한번쯤은 혼자 걸어라’(한국현대시인선)와 복효근 시인(남원중 교사)의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문학과경계사).

 


박석구시인 '하루에 한번쯤은 혼자 걸어라'

 

때깔 고운 시를 발표해온 박씨는 이번이 네 번째 시집이다. ‘조개껍질은 녹슬지 않는다’에 이어 올해만 벌써 두 권째 시집. 88년 ‘바위여’와 97년 ‘내가 나에게 이르는 말은’을 10년 간격으로 내놓은 것을 감안하면 최근 그의 활동은 다작(多作)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자칫 다작이 보이는 고루함은 찾기 힘들다.

 

그가 가꾼 시의 밭에는 서정이 주는 감흥과 여운은 여전히 알곡알곡 심어있다. 자신의 시를 조심스레, 수줍다는 듯이 내밀었던 그가 근간에 들어 독자와 교감할 수 있는 시 쓰는 맛을 들인 듯 하다.

 

그는 늘 같은 모습으로 전개되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루에 한번이라도 좋으니, 혼자서 걸으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호젓함에 흠뻑 젖어보라는 뜻에서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교사로서 고민하는 그의 정신적 고뇌가 배어 있는 말이기도 하다. 가슴에 움을 틔워 시심을 여며가며 그가 써내린 ‘산’연작시 등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빛깔과 향기의 꽃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한 그는 전북문인협회와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표현문학회 회원, 전주 풍물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복효근 시인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저 길도 없는 숲으로 / 남녀 여남은 들어간 뒤 / 산은 뜨거워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 / 골짜기 물에 실려 / 불꽃은 떠내려오고 / 불티는 날리고 / 안 봐도 안다 / 불붙은 것이다 / 산은,’(복효근의 시 ‘단풍’)

 

복효근 시인은 일상의 체험을 생활 언어로 옮기며 자기 반성적 성찰을 담는 그의 시쓰기는 이번에 선보인 시집을 통해 인생의 깊이에 대한 맛을 한층 더 했다. 2년전 펴낸 세번째 시집 ‘새에 대한 반성문’(시와 시학사)이후 오랜만에 보인 시집이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시는 예외없이 아름답고 유려하다. 진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스스로 감상이나 낭만에 도취돼 아래로 하강하진 않는다. 오히려 한편의 곱디고운 시로 승화한다.

 

평론가 전정구 교수(전북대 국어국문학과)는 “한국 서정시의 형식미를 계승해온 점도 있지만 그보다 전통 서정시의 내용미를 풍부하게 개척할 여지를 지니고 있다”며 복 시인의 시를 읽으면 “잘 달여낸 녹차 향기 같은 탈속의 은은함이 묻어난다”고 말한다.

 

복 시인은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1997년 '시와 시학'에서 신인상을 수상했고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문’이 있다.

 

/ 임용묵·최기우기자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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