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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익산시장감 홍수시대를 맞아



요즘 익산 시장 선거전을 가만히 들여보고 있노라면 지난 봄 새학기 때 한 후배와 술잔을 나누며 안주 거리 삼아 화두에 올렸던 초등학교 반장 선거 얘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후배가 털어 놓았던 얘기는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의 반장 선거였다.

새학기를 맞아 학급 반장을 새로 뽑게되었는데 반장 선거에 무려 7명의 후보가 나와 후보자들마다 서로 모범 반장상을 약속하며 치열한 선거전을 펼쳤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반장 선거에 당선된 친구가 어떤 면에서나 자신보다 못한데  반장으로 당선되었다며 몹씨 불쾌한 감정을 털어놓더라는 얘기다.

급기야 반장에 당선된 친구가 보기 싫어 학교에 가기조차 싫다며 투정을 몇일째 부리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노라니 화가 치밀어 과연 아들에게 뭐라고 설득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조언을 구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후배의 아들은 자신이 어떤 후보에 비해 뒤지지 않는 1등 반장감인데 실제 반장에 당선된 친구는 친구들에게 많은 선물도하고 먹을것도 사줘 믿었던 친구들조차 자신을 밀어주지 않했다는 얘기다.

후배의 얘기를 조용히 듣다보니 믿었던 친구들에게 배신을 당한것 같은 초등학생의 여린 심정을 다소 이해할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어떤 친구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반장 선거에 나섰다는 출마 동기와 꼭 자기가 반장으로 당선되었어야한다는 억측아닌 억측은 분명 우리 어른들이 바로잡아줘야할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는 6월 지방 선거가 채 한달도 남지 않으면서 시장 선거는 물론 도의원, 시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익산 시장 선거전에는 너도 나도 할것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루가 멀다시피 거의 매일같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즉,익산 시장 선거에는 초등학교 학급 반장 선거보다 오히려 많은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실정으로써 지역 개발을 앞세운 장미빛 청사진을 밝히고 자신이 시장감의 최적자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익산 시장 선거에 공식적으로 뛰어든 후보는 모두 8명인데 또 다른 한명이 조만간 출마를 공식 선언할것으로 보여 익산 시장 선거에는 총 9명의 후보자가 나설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역대 선거에 볼수 없었던 가장 많은 후보군을 이루면서 도내 최다수 후보군을 기록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히 시장감 홍수 시대에 들어선 느낌이 들면서 후보가 많아도 너무  많은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고 있는게 사실이다.

출사표는 원래 중국 삼한시대 촉(蜀)의 재상 제갈량에서 비롯됐다.

제갈량은 황제 유비가 사망한 뒤 두차례에 걸쳐 후주(後主)에게 출사표를 바쳤다.

첫번째는 위나라 토벌을 위해 출병하면서 출사표를 올렸고 오장원에서 생애를 마감하면서 또 하나의 출사표를 던졌다.

제갈량의 출사표가 후세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것은 단순히 문장이 수려했기 때문이 아니라 나라와 황실의 앞날을 걱정하는 제갈량의 진솔한 심정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자신의 변함없는 충성심과 출병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며 황제에게 정치의 요체를 일깨워주고 청렴결백한 생활상을 그대로 드러낸 제갈량의 그런 출사표가 요즘에 너무 흔해빠진것 같다는 지적이다.

피선거권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자유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주민들의 심판을 통해 지도자로 거듭 나려는 사람들을 탓할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선거는 흔히 마약과 같다고 한다.

선거에 입후보해본 사람은 마약중독자처럼 선거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긴데 선거때만 되면 당선의 환상에빠져 선거판에 뛰어든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것도 이 때문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익산 시장을 비롯한 도의원과 시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후보자들은 자신들이 던진 출사표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한번 깊게  되새겨보길 바랄 뿐이다.

/ 엄철호 (본보 익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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