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 발이 끼어 중상을 입었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학교 급식에 의한 집단 식중독으로 학생이 사망했다면 누구에게 배상책임이 있을까”
이러한 일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다.
전자(前者)는 미국에서 있었던 일로, 법원은 2001년 8월 제조사인 쉰들러사의 책임을 물어 고객에게 1천697만 달러를 배상토록 판결했다. 후자(後者)는 일본에서 97년 1월 있었던 일로 지방자치단체가 7천770만엔을 배상해야 했다.
이러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 난다면? 지금까지 우리는 전문지식이 부족한 소비자가 제조자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손해를 배상 받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오는 7월 1일부터는 미국이나 일본과 똑같은 판결이 내려지게 된다. 이름하여 제조물책임법 시행 때문이다.
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법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신체·재산상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제조업자 등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제 1조)한 것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기업과 소비자간의 다툼에 있어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이 이루어지게 됐다.
그것은 지금까지 제조물로 인해 손해가 났을 경우 기업의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소비자가 배상받을 수 있었던 것과 엄청난 차이가 난다.
즉 입증책임이 종전 소비자에서 기업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것은 소비자가 제품사용 도중 사고가 나면 일단 기업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같은 제조물책임은 제품의 개발에서 판매에 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있다. 또한 일반공산품은 물론 주택이나 아파트, 각종 소프트웨어 설치품등 기업에서 생산된 거의 모든 제품에 해당한다.
이 책임은 1963년 미국의 ‘그린맨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그린맨이라는 소비자가 소매상에서 구입한 목공선반을 사용하다 기계결함으로 튀어 오른 나무파편에 눈을 다쳤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대법원은 제조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중국 유럽 EU 일본 러시아 등 세계 30여개국에서 법률로 제정, 시행하고 있다.
몇가지 사례만을 더 보자. 다임러 크라이슬러사는 96년 급발진 사건에 대해 표시상 결함으로 510만 달러를 배상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흡연피해자들은 담배 유해성에 대해 2000년 7월 집단소송을 제기, 제조사로 부터 1천450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이러한 담배관련 소송은 지금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다우코닝사는 가슴성형용 실리콘 주머니가 터져 피해를 입은 소비자 1만2천여명으로 부터 소송을 당하자 화해금으로 40억달러를 낸후 파산해 버렸다.
그러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산업자원부는 PL예방을 위해 △인식전환 △전사적 대응체제 구축 △제품 안전대책 마련을, PL방어를 위해 △민원상담 창구 활성화 △리콜체제 정비 △소송·조기화해 △보험가입 등을 권한다.
또 지난해부터 PL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지역순회 설명회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보험회사 등에서도 앞다투어 제조물책임보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도내 중소기업 등은 PL법 시행에 무방비 상태다. 전담조직이나 전문인력 양성은 커녕 교육받은 직원도 많지 않은 형편이다.
일본의 경우 이 법이 95년에 도입되자 소송건수가 전년에 비해 2배로 급증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 조상진 (본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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