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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정치신인을 위하여…

 

 

지방선거제도가 뿌리내린 이후 바늘구멍 만큼이나 좁디 좁은 정치무대의 마당이 크게 넓혀졌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 도의원과 시군의원 등 지방자치의 리더자리(288명)가 선출직화 됨으로써 신인들의 정치진입 대문이 활짝 열려진 셈이다.

 

신인들의 정치무대 진출 기회가 될 6.13지방선거가 벌써 코 앞에 닥쳤다. 몇년씩 인고의 시간을 보내 온 예비정치인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정치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야심찬 이상을 갖고 있을 터이다.

 

선거법에 치이고 기득권에 눌리고

 

그러나 신인들은 선거운동에 들어가자 마자 복잡한 선거법 때문에 혀를 내두를 게 뻔하다. 선거운동은 인쇄물과 현수막, 언론매체 등 세가지 방법이 있는데 가장 간단한 홍보수단인 명함 한장을 돌린다고 가정해 보자.

 

명함형 홍보물은 ‘길이 9센치 너비 5센치 이하’여야 하고 성명 사진 주소 전화번호 학력 경력 현직만 기재하도록 돼 있다. 명함은 친인척도 안되고 오로지 후보자만 직접 배부할 수 있다. 선거운동을 하라는 명한인데 기호나 선거구호, 정당명, 정견, 정책 등을 기재하면 위법이라니 웃기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선거법의 현주소이다.

 

우리나라 선거법처럼 지키기 어렵고 까다로운 선거법도 아마 없을 것이다. 선거법 두께만 538페이지. 이 방대한 법전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깨알처럼 적시돼 있다. 머리가 여간 좋지 않고는 선거운동도 못할 지경이다. 국회의원 등 기성 정치세력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신인들의 진입장벽을 가급적 높게 쳐 놓았기 때문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

 

한 사례. 중앙선관위가 2001년 5월 ‘후보가 되고자 선관위에 신고한 사람은 선거일 전 서너달부터 전화를 이용해 의사표시를 할 수 있고 경력 등이 적힌 명함을 돌리거나 유권자에게 전자우편 발송 등이 가능한 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시했으나 묵살됐다. 역시 국회의원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 때문일 것이다.

 

정치신인들은 선거법에 가위눌리고 현역 프리미엄에 또한번 치이게 된다. 인사 예산정책 등을 집행하는 현역 단체장들은 사실상 임기 내내 선거운동을 하는 셈이고 현역 지방의원 역시 이미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지역민심을 한바탕 훑어갔다.

 

주민들에 배포한 책자에는 갖은 째를 다 낸 천연색 인물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혀있고 또 그동안에 한 일은 왜 그렇게 많은지…. 말이 의정보고 책자이지 실상은 선거홍보물이나 다름없다. 정치신인들에겐 불공정 선거행위의 증거물이다.

 

가장 효율적인 홍보수단인 언론은 또 어떤가. 인지도와 지명도, 경쟁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신인은 안중에도 없다. 기성 정치인에게만 포커스를 맞추니 정치신인들에겐 이 역시 차별적 현상의 하나다.

 

정치판 개혁의 선도적 밀알돼야
 
어느 문인은 ‘정치’를 거꾸로 읽으면 ‘치정’이 된다고 했다 . 정치를 바르게 하지 않으면 치정사건처럼 추문과 싸움판이 된다는 의미이겠다. 학자나 언론인이 속한 집단을 우리는 학계 언론계라고 하지만 정치인들이 속한 집단을 말할 때 정치계라고 하지 않는다. 정치판이라고 부른다. 정치에 ‘판’자가 들어가니 꼭 ‘개판 ’‘고스톱판’과 동급을 연상시킨다.

 

정치 새내기들이여!

 

불공정 게임의 흔적들이 도처에 널려있을 망정, 기성 정치판의 텃새가 도를 넘어설지언정 사기를 잃지 말라. 정치진입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그래서 좀더 나은 정치시스템을 만들고 정치판을 개혁시키는 밀알이 되라고 권하고 싶다.

 

/이경재(본보 정치부장)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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