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용어에 '국극'이란 것이 있다. 국극이란 말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사실 그것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창극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
국극은 '여성 국극'으로 더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국극은 여성들이 출연하는 창극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이제 국극이란 말이 어떻게 쓰이게 되었으며, 무엇을 지칭하는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국극이란 명칭은 해방 후에 쓰이기 시작했다. 박황 씨의 회고에 의하면, 해방 직후 국악건설본부가 발족되고, 이어서 국악원이 건설되었는데, 이 때 몇몇 사람이 모여 전통 음악을 '국악', 창극을 '국극'으로 부르기로 하여 이 명칭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국극이란 해방과 더불어 창극을 민족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해방 이후에 생겨난 창극 단체들은 '국극'이란 명칭을 단체 이름 속에 넣기 시작했다. [국극사], [국극협회], [국극협단], [시범국극단], [예원극극단] 등의 이름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공연한 작품들이 일제강점기의 창극단들이 공연하던 작품들과는 다소 달랐다. 일제강점기 동안은 전승 판소리 다섯 바탕, 혹은 열두 바탕을 주로 공연했는데, 해방 이후에는 전승 판소리를 벗어나 야사나 전설 등에서 소재를 가져다가 창극으로 만들어 공연했던 것이다.
1948년에 창단된 [국극사]는 창단 작품으로 [선화공주]를 공연하였으며, 역시 같은 해 창단된 [국극협회]에서는 [고구려의 혼]이란 작품을 창단 작품으로 공연하였다. 김연수가 만든 [김연수 창극단]에서도 [장화홍련전]으로 공연을 시작하였다.
물론 이러한 창작 창극이 일제강점기 동안 전혀 공연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해방 직후, 그러니까 '국극'이란 명칭이 쓰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본격화된 것만은 틀림없다. 이렇게 되자 국극이 창극과는 다른 내용을 지닌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최동현(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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