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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잃어버린 7년, 앞으로 4년

 

 

요즘 축구열기가 뜨겁다. 전국이 온통 월드컵 축구얘기 뿐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는 뒷전인 느낌이다.

 

우리 팀이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면서 고조되기 시작한 축구열기는 본선에서 폴란드를 2대 0 으로 누르자 더욱 폭발적으로 솟구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을 영입, 과학적인 훈련과 엄청난 투자를 한 덕분일 것이다.

 

이번 월드컵 대회와 관련,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은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광란에 가까운 열기인데 비해 일본은 크게 못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양국 대표팀의 성적과 무관치 않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제에도 그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초강대국 미국을 넘보던 일본경제는 최근 10년 동안 침체일로를 걸어 왔다. 한마디로 10년 동안 죽을 쑤었다. 그래서 그들은 장기불황을 일러 스스로 ‘잃어 버린 10년’이라 부른다. 오죽했으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일본에게, IMF 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한 한국을 ‘가정교사로 모셔라’고 했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일본경제의 위기를 ‘부실채권 구조결함 디플레이션 리더십결핍’ 등이 겹친 복합적 위기라 진단한다. 근본적 구조개혁에 성공하지 못해 끝없이 추락할 것이라는 사망진단서까지 나오는 판이다. 올 4월 30일 스위스 IMD(경제개발국제연구소)가 발표한 국제경쟁력 랭킹에서 일본은 27위인 한국보다 3단계 아래인 30위로 뒤쳐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앞으로 10년’도 불황과 실업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선이후 경제 뒷걸음

 

그런데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불현듯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것은 우리네 민선자치 7년이 일본경제와 너무 닮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1995년 민선자치 이후 전북경제 또한 낙후와 빈곤을 벗지 못했다. 더우기 DJ 정부 출범과 함께 자신감 회복과 ‘탈(脫)낙후’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항상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그리고 그 책임의 상당부분은 7년 동안 지역을 이끌어 왔던 도지사를 비롯 지역의 리더들에게 있지 않을까 한다.

 

잘못된 선택 주민의 몫

 

몇가지 경제지표만 들여다 보자. 우선 경제생활의 기초인 인구를 살펴보면 7년 사이에 3만여명이 줄었다. 전국 점유율도 4.3%에서 4.1%로 낮아졌다. 또 재정자립도는 95년 출범 당시 34.7%에서 올해 26.3%로 내려앉았다. 물론 재정자립도로 자치단체의 부실여부를 판단하긴 힘들지만 중앙정부 의존도가 심화된 것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시도별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역내총생산(GRDP)은 3.7%에서 3.4%로 하락했다. 1인당 GRDP는 전국평균의 82.5% 수준이다. 가장 높은 울산에 비해서는 37%에 불과하다.

 

기업유치나 외국인투자도 늘긴 늘었지만 타지역에 비하면 상대적 빈곤감만 깊어진다. 결국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전북의 민선자치는 ‘잃어버린 7년’에 해당한다.

 

이같은 정체 원인은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수도권 대 지방의 불균형 구도속에서 찾는 게 옳지만 지역민의 주체적 역량 또한 큰 몫을 차지한다.

 

이러한 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의미는 자못 크다. 월드컵 열기에 가리고 여야의 피 튀기는 정쟁에 치여 지역의 리더를 뽑는 일에 소홀할 수 없다.

 

무관심과 냉소주의는 부메랑이 되어 지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7년을 잃어버리고도 잘못된 선택으로 또 다시 4년을 잃어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조상진(본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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