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코드로 거리를 시민들에게 되돌려준 축제. 8일과 9일 전주 경원동 동문거리에서 열린 ‘동문거리축제’를 이르는 말이다.
동문거리축제는 한때 전주를 상징할 정도로 번성했지만 지금은 경제성장의 그늘로 사라진 동문거리의 잠재된 문화역량을 이끌어내고 풀어냈다.
연례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여타 축제와는 다르게 동문거리의 역사성과 거리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면모에 주목, 축제로 승화시킨 기획의도가 돋보인 것.
축제기간 동안 아련한 추억속에 묻혔던 명소들, 동명각 홍지서림 새벽강 아리랑제과 등이 축제의 무대가 되어 시민들을 반겼다. 동문장터를 비롯해 트럭쇼, 벼룩시장, 골목놀이판 등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며 평소 인적이 뜸했던 동문거리를 사람들로 북적이게 만들었다.
특히 로버트 태권브이 등을 상영한 추억의 만화전에는 초등학생들이 몰려 추억의 거리가 미래를 준비하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축제를 준비했던 ‘동문거리pan’의 기획 의도, 소시민들이 애환과 생활문화가 묻어있는 동문거리를 시민들에게 되돌려주자는 것이 적중한 셈이다.
동문거리 상가 입주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의 참여 또한 돋보여 ‘참여형 거리축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자동차에 점령당해 사람들이 걸어다니기 조차 힘들었던 동문거리가 8일 하룻동안 차량이 통제되고 사람들이 활보할 수 있는 자유의 거리가 된 것. 여기에는 상가 입주자들이 축제와 거리 부활을 위해 흔쾌히 차량통제를 승락(?)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예술인들도 기획된 무대를 보여주기 보다는 스스로 찾아와 즉흥적인 무대를 펼쳐냈다. 축제행사에 예정되지 않았던 강령탈춤전승회의 춤판과 택견시범이 대표적인 예. 이들은 8일 오후 동문거리에서 흥겨운 무대를 만들며 시민들에게 흥겨움을 선사했다.
성기석 사무국장은 “올해 축제는 동문거리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문화와 추억을 인프라로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서 “상가 입주자들 스스로 축제를 기획하고 가꿔나간다면 더 나은 거리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용묵기자
▣ 천사하객 축하받은 "거리 결혼식"
8일 오후 1시, 동문거리 상점들은 잠시 문을 닫았다. 모두들 동문거리에서 있을 유상우씨(30·한옥생활체험관 근무)와 이경은씨(31·창작극회 단원)의 거리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너무 고마워서 할 말이 없다”는 신랑 유씨의 말처럼 이번 결혼식을 위해 자발적으로 힘을 보탠 이들은 많았다.
조각가 채우승씨는 거리를 온통 구름으로 장식, 하객들이 구름을 딛고 서 있는 느낌이 들도록 했고, 거리에 선 하객들에게 천사의 날개를 달아주기도 했다. 지역 문인들의 큰 어른인 정양 시인(우석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은 주례를 맡았고 지역 음악인들의 연주도 있었다. 또한 경원식당을 비롯해 동문거리 인근 식당에서는 국수를 끓여 하객을 대접하기도 했다.
/최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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