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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농민이 존경받는 사회를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 6월이다. 산도 대지도 온통 초록색으로 가득한 이 좋은 계절에 우리는 모처럼 각종 “게이트”와 같은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지구촌 최대의 축제라고 일컬어지는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에 환호하며 시름을 달래고 있다.

그러나 잠시 눈을 돌려 농촌 현장을 바라보면 지금 한창 농번기로서 농민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모내기, 밭갈이 등 농사일에 눈,코 뜰새없이 분주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농촌도 예전에 비하여 농번기라 하더라도 “부지깽이도 한몫을 한다”고 하던 시절만큼 그렇게 지독히 분주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힘들고 어렵고 바쁜 일이 농사일임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이는 농사일이야말로 적시성과 육체노동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사회가 급속히 도시화되면서 어느새 차츰 농촌을 잊고 지내기가 쉽다. 아무리 농촌이 분주하더라도 주말이면 산으로 바다로 풍광 좋은 곳을 찾아 레저를 즐기지만 우리의 영원한 고향인 농촌에 들려 농민들과 보내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와 같은 오늘의 현상을 탓할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이 시간도 뙤약볕 아래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농사일에 매달리고 있는 농민들의 고통이 없다면 과연 우리가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를 한번쯤 생각은 해보면서 이 6월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로 우리 사회에서 노력과 사회에 끼치는 공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농민들이 받는 대우는 너무도 보잘 것이 없다. 하기야 농민이 주류를 이루던 전근대 사회에서 조차 농민들이 우대받은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여 정책적으로 농민을 우대하는 것 같았지만 실제적으로는 농민은 항상 수탈과 천시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하물며 농경사회가 물러가고 산업사회를 거쳐 지식정보화 사회에 이른 오늘날에는 농민의 지위를 논하는 것 조차 구차스러운 일일지 모르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오늘의 우리 현실에서 농민은 좀 심한 표현을 빌린다면 아예 “망각지대”에 놓여있는 것 같은 의구심이 들만큼 우리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책당국자들도 도시민들도 입만 열면 하나같이 “농촌이 잘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지만 진실로 농민을 존경하고 농민의 지위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걸핏하면 농민들을 가리켜 “촌놈”이니, 좀 소박한 사람을 가리켜 “촌티”가 난다느니 하면서 농민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말을 하기 일쑤이니 농촌 총각은 결혼도 못하고 너도 나도 농촌을 떠나 도시인 행세를 하며 살고 싶은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필자는 농촌 출신으로 지금도 농촌에 가까운 도시에 살면서 가끔씩 고향집에 홀로 사시는 모친을 도와 농사일을 거들 때가 있다. 거드는 농사일이라야 논농사는 친척에게 맡기고 조그마한 밭뙈기를 가꾸는 일을 돕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때마다 농사일이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임을 새삼스럽게 느끼곤 한다.

일부 도시인들은 주말 농장 같은 것에 참여하면서 자녀들에게 농사일과 근로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도 하고 자연을 벗삼아 건강관리에 도움을 얻기도 하는 모습도 더러는 볼 수 있고, 농촌의 전원풍경을 보며 다정다감한 정서를 느낀다고 하지만 사실 농민들은 그럴 여유도 없이 오늘도 뙤약볕 아래에서 살을 태우며 우리의 먹거리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농민들도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자신들의 생활을 위해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농업이야말로 생업적 차원으로만 볼 수 없는 것으로 농촌은 우리의 영원한 고향이며 농민은 우리의 기본적 식생활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직업인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직업과 달리 농업은 좀더 특별한 관심과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 당국자들은 농촌을 위해 지속적으로 좋은 정책을 개발하여 시행해야 하겠지만, 이에 못지 않게 우리 일반 국민들도 농민을 존경하고 농민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내 직장에 햇볕으로 얼굴이 검게 그을린 농민이 볼일이 있어 찾아오면 그 누구보다도 더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해주고, 시장에서 농산물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너무 투정 부리지 말고, 심지어 식당이나 주점에서도 어쩌다 농민이 손님으로 들어오면 가장 친절하게 모셔서 정말로 농민이 존경받고 우대받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

그리고 농촌 총각과 결혼하는 여성에게는 어떤 정책적인 특별한 인센티브라도 주어서 농촌 총각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사명감을 가지고 농촌에 정착할 수 있게 하자. 그렇게 될 때 농촌도 살고 도시도 더 잘살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전희종(전라북도 교육연수원 교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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