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도 네티즌들의 기발한 상상력을 비켜 가진 못했다. 인터넷 성장의 급류를 타면서 무차별적으로 감행돼 온 패러디 문화가 한국축구팀의 선전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월드컵과 영화포스터를 합성한 작품들이 독특한 융합으로 선보이며 유행되고 있는 것.
히딩크 감독은 이미 단골소재가 됐다.
안정환 선수의 어깨에 기대 만족스런 웃음을 띤 히딩크 감독이 “축구하니까 참 좋다”고 말하는 ‘내 마음의 축구(내 마음의 풍금)’, ‘한국 압박와오 되다(해적, 디스코왕 되다)’, 신나는 필승의 16강 ‘일단 넣어(일단 뛰어)’, 스파이더맨 대신 히딩크 감독이 벽을 기어오르는 ‘히딩크맨’ 등등 포복절도할 네티즌들의 아이디어는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엽기패러디의 백미인 영화 포스터 패러디가 월드컵 열풍에 빠질 수 없는 일. 이 작품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함을 바탕으로 통렬한 웃음을 선사한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패러디 됐다. 작품의 주인공은 단연 히딩크. 제목은 ‘센과 히딩크의 4강진출!’ “한반도를 흔든 축구경기! 스페인과의 맞짱이 시작된다”는 이 포스터 패러디는 돼지들과 함께 출연한 히딩크의 모습이 깜찍하게 표현됐다.
이탈리아戰을 앞두고 퍼진 ‘이탈리아야 놀자(달마야 놀자)’는 조폭들을 한국팀으로, 스님들을 이탈리아 선수들의 얼굴로 바꿔 “실력으로 걷어내기”와 “목숨걸고 버텨보기”를 담은 패러디 포스터를 선보였다.
배우 유오성 대신 히딩크가 웃고 있는 영화 ‘챔피언’. 이 포스터엔 “히딩크, 당신의 어퍼컷을 또! 보여주세요.”라는 멘트를 넣어 승리의 염원을 담고 있다.
굳이 제목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영화 ‘반지의 제왕’도 있다. 영화의 원래 제목만으로도 안정환 선수의 세러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포스터에 담긴 멘트 “반지에 키스하는 자, 골대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도 패러디인지 원래 포스터인지를 의심케 한다.
그저 웃음으로 넘기기엔 너무 슬픈 패러디도 있다.
16강에 탈락한 국가에게 헌정한 포스터들. 포르투갈의 피구와 프랑스 지단 주연의 ‘집으로’는 “피구와 지단, 그들의 귀(?)막힌 동거를 시작한다”는 애틋한 여운을 담고 있다.
익살스런 비극으로 대표되는 작품은 “우린 벌써 8강이야”라는 미국팀 브루스 아레나 감독과 “월드컵 우승하고 싶다”는 일본의 트루시에 감독을 풍자한 포스터. 그들에게는 “두 감독의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우승은 미친짓이다(결혼은 미친짓이다)’를 선사했다.
월드컵을 통해 한국축구뿐 아니라 한국의 패러디문화의 에너지도 한층 더 세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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