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7월 1일로 민간위탁 1년을 맞았다.
전북도는 지난해 민간위탁 운영 방식을 택해 소리전당 운영권을 중앙공연문화재단(대표 양승룡)에게 넘겼다. 일정 예산을 지원, 전문성을 살리면서 공익성과 수익성을 찾아내겠다는 의도다.
민간위탁 과정에서 적잖은 잡음과 문제점이 노출되었지만 민간위탁 첫 주자가 된 중앙공연문화재단은 그동안 관주도로 운영되어온 문화시설에 대한 민간위탁의 성과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년간 3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소리전당은 지난해 하반기(2002년 9월 개관, 예산 16억원) 문화시설의 효율적인 운영여부를 가늠하는 재정자립도에서 17%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는 이보다 조금 높아진 2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의 재정자립도 70%와 33%에 비교해 매우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이들 공간이 인구 1천2백만의 서울이라는 거대 문화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데 비해 소리전당은 전북도민 2백만명이라는 턱없이 작은 문화시장과 취약한 교통·사회인프라 등 악조건 속에서 일궈낸 결과여서 단순하게 수치로만 상대적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특히 대구 부산 인천 등 대부분의 지역문예회관 재정자립도가 4∼8%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소리전당 자립도는 민간위탁 1년만의 결실치고는 적지 않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소리전당은 전시 공연 기획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지역문화계의 변화를 가져왔다. 다양한 전시와 공연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전북문화예술의 활동 요람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것.
지난해 9월 개관이후 지금까지 소리전당을 찾은 관객은 35만명. 모악당과 연지홀, 명인홀 등 공연장에서 열린 기획공연(85회)과 대관공연(232회)에 13만명이, 기획전시(2회)와 대관전시(33회)가 열린 전시실에는 22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물론 여기에는 2001전주세계소리축제와 세계서예비엔날레,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 등 국제 행사들이 대규모 관객몰이와 함께 소리전당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아쉬움도 적지 않다.
소리전당을 찾는 관객들이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 점은 그 대표적인 사례. 지난해 공연 관객 9만3천7백43명중 유료관객은 2만5천여명에 그쳤다.
무려 6만8천여명이나 초대관객이었던 셈이다. 개관초기, 초대권 남발 관행을 없애고 새로운 관람문화를 정착시키겠다던 재단측의 의지가 무색해진 부분이다. 그나마 올해 1/4분기 공연관객 2만7천9백49명 중에서는 유료인원이 1만6천7백여명을 차지, 개선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할 객석점유율은 더 큰 과제다. 지난해 48%까지 이르렀던 객석점유율은 올해 34%까지 떨어져 재단측이 부심하고 있다. 문화시설의 공공성에 적합한 기획이 뒤따라야하는 ‘공익성과 수익성의 양면성’의 딜레마에 빠져든 셈이다.
양승룡 대표는 “단순히 대중성을 쫓는 공연이나 전시보다는 지금까지 전북도민들이 접하지 못한 장르를 보여주는 등 문화향유의 폭과 기회를 넓히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문화예술과의 연계작업은 소리전당이 공익성의 측면에서 가장 무게를 실어내야 할 부분.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비판의 수위가 높다. 출발의 시점부터 지나치게 서울 등의 대도시에서 기공연된 무대를 유치하는데에만 급급하고 있을 뿐 지역문화예술 개발과 창작 역량을 높이는데에는 소극적이다는 평가가 지배적.
소리전당 스스로도 ‘국악을 통해 한국문화의 혼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컨텐츠 개발’을 정체성을 내세운 만큼 이에 대한 고민과 적극적 실천작업은 더욱 절실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역문화예술을 단순히 무대에 올리는 재정적 지원과 기회 확대보다는 지역문화예술의 역량을 외부에 알리는 통로로 역할해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모악당과 연지홀에 비해 활용도가 처지는 명인홀과 야외공연장의 활성화 문제도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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