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백자예술상을 수상한 중견 송하선시인(64, 우석대 교수)의 새시집 ‘가시고기 아비의 사랑’(이화)이 나왔다. 시인이 이순을 맞았던 98년 펴냈던 ‘강을 건너는 법’ 이후 4년만에 펴내는 다섯번째 시집이다.
‘이순을 넘긴 날의 흔적’으로 묶어낸 50여편 근작은 치열한 세상보기를 지나 이제는 달관과 성찰의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아름다우나 회한적인 삶의 풍경이 그려져 있다.
시인은 ‘이별한 사람만 아른아른 보일 뿐 나의 손이 진실로 붙잡은 이는 이 세상엔 아무도 없다’고 허망해하면서도 ‘깊은 가을 저녁 노을 속을 걸어가는 이의 시’의 ‘아름답고도 깊고 향기로움’을 잊지 못한다.
세상의 중심으로부터 한켠 물러선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은 그리움처럼 아득한 대상이다.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는 그래서 더욱 강렬하고 적극적이다. 그 의지는 격정적이거나 결코 화려하지 않은 담담함의 명상적 시세계로 드러나지만, 어쩌면 시인이 줄곧 견지해왔을지도 모를 ‘지극히 낮게 속삭이는 언어’의 미덕은 더욱 견고해져 있다.
‘이순을 넘긴 날의 흔적’들은 시인의 자기 성찰과 의식의 세계를 그러한 미덕으로 촘촘히 엮어낸다. 물론 시인의 성찰적 세계가 궁극적으로 맞닿아 있는 지점은 세상과의 소통이다.
시인의 새 시집 소통 지점은 이 세상의 ‘아비’들을 향해 있다.
이미 설자리를 잃어버린 현대사회의 ‘아버지’들에 대한 시인의 애틋한 마음은 이순을 넘긴 나이의 그 자신 ‘아비’로서의 절절한 심경 고백과 다르지 않다.
가족의 의미가 해체된 사회에서 아버지의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시인의 의지는 오랜 세월, 가시고기 아비처럼 살아온 이 시대의 ‘아비’들을 향한 헌사로 뜨겁다.
‘가시고기 아비는 눈물이 있어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슬픔이 있어도 슬픔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어린아이들에게 제 살을 먹일 뿐 산산이 부서져 제 살을 먹일 뿐 아픔이 있어도 아픔을 말하지 않는다 묵묵히 아비의 노릇을 할 뿐’-표제시 가시고기 아비의 사랑 중에서-
“이 땅의 ‘아비’들은 웬지 모르게 기가 죽어 있는 것 같다. 웬지 설자리가 작아지고 있고 자기 희생적인 사랑을 강요 당하고 있는 것이 이 땅의 ‘아비’들인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하는 시인은 다섯번째 시집을 ‘이 땅의 기죽은 아비들에게 삼가 헌정’한다.
일본어로 번역되어 소개된 대표작과 그동안 발표한 시중 10편을 뽑아 ‘잊을 수 없는 날의 흔적’으로 함께 묶은 것도 이 시집의 특징. 그의 짧지 않은 시작(詩作)의 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셈이다. 70년에 펴낸 첫시집 ‘다시 장강長江처럼’의 표제시가 특별히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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