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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교수의 판소리 길라잡이] 성음

 

 

'성음'은 음질, 곧 소리의 특질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이것이 성음이라는 용어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이다. 음질은 비브라토(소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미세한 떨림), 성대의 움직임, 공명 기관에 의해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소리의 질감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청각적 용어뿐만 아니라, 비브라토나 성대의 움직임, 공명 기관의 작용을 나타내는 용어까지도 이에 포함시켜야 한다.

 

판소리는 성음을 가지고 그 미감을 즐기는 예술이기 때문에, 판소리에서는 소리의 질감을 나타내는 수많은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통성, 철성, 수리성, 세성, 비성, 발발성 …… 등 일일이 그 수를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대부분의 용어들은 또 비유적인 표현으로 되어 있기까지 하다. 이러한 용어들이 다 수집되어 정리된 적도 없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성음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들을 구분할 방법조차 찾기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 중에서 가장 의미 있고 구별이 가능한 '성음'들은 떡목, 수리성, 천구성, 양성이다. 판소리에서 사용하는 목소리는 기본적으로 거친 수리성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판소리에서는 거친 소리이지만 상대적으로 맑은 소리를 천구성이라 하여, 가장 좋은 '성음'으로 친다. 천구성은 수리성에 비해 높은 음과 슬픈 선율을 표현하기에 알맞다.

 

남자 소리꾼으로서는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충청도 서천 출신 명창 이동백이나, 임방울의 성음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여자 소리꾼들의 소리는 대개 다 천구성이다. 아무래도 여자들은 거친 소리를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천구성이 좋다고 해서 맑은 소리일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너무 맑으면 양성이라고 하는데, 깊이가 없기 때문에 가치 있는 '성음'으로 치지 않는다. 대체로 판소리를 이제 막 부르기 시작하는 사람들, 판소리 수련이 부족한 사람들이 내는 성음이 바로 양성이다. 또 수리성에서 너무 거칠어지면 떡목이라고 해서 역시 가치 있는 '성음'으로 치지 않는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명창 정정렬은 떡목에 가까운 목소리를 지녔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저음으로 갖은 기교를 부리는 아기자기한 창법으로 대명창이 되기도 했다. 이 네 가지 '성음'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떡목 - 수리성 - 천구성 - 양성
 (거침 ← 가치 있는 성음 → 맑음)

 

/최동현(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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