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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주 5일 근무시대의 그늘

 

 

세계에서 그동안 ‘일벌레’로 상징되던 한국인과 한국사회가 어느덧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7월부터 은행권에서 토요휴무제가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에도 ‘주 5일 근무’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주 5일 근무는 이미 몇년전부터 상당수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 일부 사립대 등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4월, 중앙행정기관 등이 매월 한차례 토요휴무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더니 이번 달부터 전행정기관으로 확대되었다.

 

언론계에서는 한국방송공사(KBS)가 제일 먼저, 내년 1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전면실시키로 했다. 아직 노사정위원회에서 이견이 없지 않으나 주 5일근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이 제도는 단순히 주당 근로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드는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노동시간이 줄어든다는 차원을 넘어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노동패턴의 변화에서 생활양식에 이르기 까지 일대 혁명인 셈이다.

 

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유일하게 한국이 주 5일근무를 실시하지 않았던 것이 보여주듯, 초과노동을 담보로 이룩한 개발도상국 모델에서 선진서비스 기반경제로 진입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주 5일 근무는 경제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내수 촉진, 고용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민간연구소들은 전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주당 4시간의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이 5.9% 늘어나고, 삼성경제연구소는 관광 레저 등 여가산업에 대한 수요가 10% 증가할 경우 약 65만명의 신규 고용창출효과가 있다고 진단한다.

 

이같은 주 5일 근무제에 발맞춰 은행권은 ATM/CD 등 자동화기기를 대량 설치하느라 법석이다. 또한 전원주택시장이 들썩이고 스포츠·레저산업에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부쩍 늘고 있다. 패션업계는 정장보다 캐주얼에 치중하는 판매전략을 발빠르게 세우는가 하면 주말연휴를 이용한 반짝 해외여행 상품이 인기라고 한다.

 

계층간 갈등, 위화감 우려

 

그러나 이처럼 낙관적인 견해밑에 가려진 그늘은 없을까. 무엇보다 계층간 갈등과 위화감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매주 이틀연휴를 쉴만한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 농어민, 비정규직 등의 상대적 소외감은 오히려 깊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IMF 위기이후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추세여서 더욱 그렇다.

 

통계청 ‘도시가계조사’에 따르면 소비 지니계수는 외환위기 이후 높아지고 있고 소득 5분위 소비지출비율(소득 상위 20%의 소비지출/소득 하위 20%의 소비지출) 역시 2.7배에서 2.9배로 확대되었다. 계층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비도 양극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80대 20’의 빈부(貧富)가 ‘90대 10 사회’로 심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소득분배및 고용구조가 계속 악화되면서 상위 10%만 부유층에 편입되고 그렇지 못한 90%는 중하위층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임시직·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97년 45.5%에서 지난해 말 52%로 급격히 늘었다. 임금수준은 상용직에 비해 임시직이 56.4%, 일용직이 44.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정보화 격차(digital divide)까지 겹쳐 부익부 빈익빈의 거리는 좁혀질 기미가 없다. 결국 주 5일제 도입으로 ‘없는 사람들’의 설움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 깊어만 가는 그늘을 어떻게 메꿔야 할 것이가?

 

/조상진(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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