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미와 예술성을 오롯이 간직한 한지의상은 이미 10세기부터 실용화된 의복. 한지를 그대로 의상으로 만드는 지의(紙衣)는 방한용이나 화살을 막는 종이갑옷으로 사용됐고 종이를 잘라 실로 만든 다음 직조하는 지포(紙布)는 유연성과 통기성이 좋아 여름철 즐겨 사용했다. 하지만 한지는 시간이 흐를 수록 베와 모시 등 천에 밀려 의상에서 멀어져야 했다.
다량생산이 가능한 천에 밀려 한켠으로 물러나 있던 한지의상의 맥을 되살리는 작업에 몰두해온 젊은 패션디자이너 전양배씨(36·전주패션협회 상임이사). 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 한지기획관에서 여는 ‘전양배 한의의상전’은 그의 오랜 공력이 그대로 보여지는 전시회다.
그는 이 전시회에서 전통적 한지의상 제조방법인 직조와 누비기법으로 디자인한 한지의상 12점을 선보인다. 한복의 분위기를 그대로 적용한 의상부터 한국의 전통조형미를 담고 있는 기와의 침, 하늘로 솟구치는 선을 응용한 작품까지 소박함과 절제의 미학을 드러낸 작품들이다.
우리 역사에 대한 곧은 의식을 담아낸 작품세계도 잊혀지고 있는 전통미를 살려낸 형식만큼이나 화려하다.
한민족의 웅비하는 기상을 한껏 머금고 있는 고구려 벽화를 한지의상으로 재창조해 낸 것. 무용총 벽화와 현무 주작, 백호 등을 한지에 프린팅 한 뒤 직조과정에서 재구성하거나 뿌리를 상징하는 누비 사이사이에 배치,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아트의상을 만들어냈다.
“우리 역사에 나무의 뿌리를 대비시켜 현대문화는 선조들이 이룩해놓은 문화를 자양분으로 탄생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고구려의 위풍당당함을 이어받지 못한 우리 후손들의 안타까움이 담겨 있기도 하구요.”
우리의 살아있는 역사를 한지의상에 담아 오늘에 되살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한 그는 한지의상은 염색성이 뛰어나 화려한 색상을 내기가 좋고, 조형성이 우수해 아트의상에 적합한 소재가 된다며 ‘한지의상 예찬론’을 펼쳐낸다.
그의 예찬론은 전주한지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98년부터 한지의상 만들기에 매달여온 그는 한지의상 뿐아니라 한지의 우수성을 살려낸 2차 문화상품을 만들고 판매한다면 쓰러져가는 전주한지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종이가 완전히 분해되는 특성을 이용한 한지수를 제작하는 업체를 만든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또 쿠션 등 생활소품을 창작, 1년넘게 실험하고 있다.
“전주는 한지의상을 상품화하고 활성활 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되어 있습니다. 전통한지 국내 생산량 다수가 전주에서 생산되니까요. 한두가지만 더 갖춰진다면 한지의상이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을 날이 꼭 올겁니다.”
한지의상 상품화를 위해서는 패션쇼와 전시공간의 상설화가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 그의 설명이다.
98년 종이축제때 한지패션쇼를 기획, 일반에 처음 선보였던 그는 우석대 의상학과와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제오비복장학원과 고려한지수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한지문화진흥원 초대전을 비롯해 이미 세차례의 한지의상 개인전을 열었으며 전국한지공예대전에서 동상과 특선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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