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건물로 둘러싸인 도심하천에서 미역감고 고기잡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이상 낯설지 않은 전주천. 전주천이 갑작스레 유명해졌다.
시민들의 품에 다시 돌아온 도심하천 전주천이 생태하천 복원 우수사례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00년 4월부터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을 본격 시행, 환경부로부터 전국 우수사례로 선정된데 이어 이번에는 환경선진국 일본에서 그 이름을 부각시킨 것.
지난 13∼14일 일본 동경 요요기올림픽기념청소년센터에서는 일본의 대표적 환경단체인 ‘전국 수환경교류회’가 주관한 ‘제5회 강의날 대회’가 열렸다. 시민단체들이 하천 생태계 복원사례를 발표하는 이 대회에는 한국과 일본·중국등 동북아 3개국에서 모두 79개팀이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정의시민연대가 실시한 ‘한국 강살리기 운동사례 공모’에서 당선된 5개 시민단체가 참가, 안양천과 남대천·도림천·전주천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1천여명이 참석한 이번 대회에서 전주천자연형하천 조성사업 민·관공동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시민행동21’은 전주시 담당 공무원및 시공업체 관계자와 함께 참가, ‘전주천 자연형하천조성및 하천생태체험교실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리고 3차례에 걸친 공개심사 결과 전주천은 그랑프리에 해당하는 ‘히로 마쓰쓰다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민·관공동협의회를 구성, 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짧은 기간에 하천 생태계 복원에 성공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었다.
또 시민단체(시민행동21)가 3년동안 1백50여회에 걸쳐 초·중학생 3천여명을 대상으로 ‘하천생태체험교실’을 운영, 학생들에게 하천을 매개로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는 점도 관심을 끌었다.
지난 2000년 4월 착공, 올해 마무리되는 전주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은 한벽보에서부터 삼천 합류지점까지 7.2km에 달하는 전주천의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
사업시행전 2∼5급수였던 수질이 1∼2급수로 개선됐고 콘크리트 호안과 주차장, 그리고 오염된 물로 황량하기만 했던 하천이 쉬리와 갈겨니·돌고기·참종개·모래무지등 각종 어류와 백로·왜가리등이 찾는 예전 개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 미완의 생태하천이 풀어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강의날 대회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게 전주천 하류의 모습이다.
쉬리가 서식하고 있는 상류로부터 불과 4∼5km 떨어진 곳에서 하천은 그 모습이 판이하게 바뀐다. 백제교 아래 수역에서는 대규모 콘크리트 보로 인해 하천 흐름이 막히면서 수질오염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덕진보 인근 주민들은 여름철 악취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아직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은만큼 전주천의 모습을 국제적인 생태하천으로서의 명성에 걸맞게 완성해야 한다.
생태계 복원에 성공한 도심하천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에까지 그 이름을 알린 전주천에 국내·외 환경전문가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시민행동21 환경센터, 신진철 사무국장 “시민 주인의식이 관건”
“일본에서 인기를 끈 우리 영화 ‘쉬리’의 덕을 보았어요.”
지난 13·14일 도쿄서 열린 일본 전국수환경교류회 주최 ‘제5회 강의날 대회’에서 전주천 자연형하천 조성사례를 발표, 79개 참가팀중 그랑프리를 차지한 시민행동21 환경센터 신진철 사무국장(34).
우리 영화 ‘쉬리’가 일본에서 유명세를 탄 덕에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이 토종물고기가 도심하천에 돌아왔다는 설명을 일본의 심사위원들이 쉽게 이해, 운이 좋았다는 너스레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하천 생태계 복원과 함께 환경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변화가 가장 큰 성과입니다.”
“너무 많은 비용을 하천에 쏟아붓는 것 아니냐며 생태하천 조성사업에 반대했던 시민들의 태도가 점차 바뀌고 있다”고 소개한 그는 “좋은 환경으로 인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느냐의 여부는 시민들의 주인의식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의식이 확립되지 않고 생활속의 실천이 없다면 하천은 또다시 오염될 수밖에 없다는 것.
한벽루 아래 전주천에서 미역감고 고기잡던 어릴적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그는 한동안 잃어버렸던 동심속의 전주천을 아이들에게 되돌려 줄 수 있게된 게 무엇보다 뿌듯하다.
그는 아직 수질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전주천 하류 오염의 원인으로 복개천인 건산천을 지목했다. 평상시에는 하수관을 통해 복개하천의 오염된 물이 차집되지만 큰 비가 올 경우 생활하수와 빗물이 섞여 전주천으로 유입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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