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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대왕 바람

 

 

此獨大王之雄風耳니 庶人安得共之리오.
차독대왕지웅풍이   서인안득공지

 

이것은 오직 대왕만이 쐴 수 있는 숫바람(雄風)이니 일반 백성들이 어찌 함께 쐴 수 있겠습니까?

 

송나라 사람 소철(蘇轍:소동파의 동생)이 지은 〈황주쾌재정기(黃州快哉亭記)〉에 나오는 말이다. 〈황주캐재정기〉의 일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초나라의 양왕이 송옥과 경차라는 두 신하를 데리고 난대(蘭臺)에 있는 궁궐에 나갔을 때 마침 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왔다.

 

왕이 그 바람을 맞으면서 "이 바람은 과인과 일반 백성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바람인가?"하고 묻자, 송옥은 "이 바람은 대왕께서만 맞으셔야할 숫바람(雄風)입니다. 어찌 일반 백성들이 함께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하였다. 송옥의 이 대답에는 깊은 풍자가 들어있다.

 

바람에 어찌 암·수의 구별이 있으며 왕이 쐴 바람과 백성이 쐴 바람이 따로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은 왕만이 누릴 특별한 바람이 따로 있는 양 이 바람이 백성과 함께 할 바람인지 왕이 독점할 수 있는 바람인지를 물으니 송옥은 능청맞게 대왕만이 누릴 수 있는 웅풍(雄風)이라고 대답하여 깊은 풍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초나라 양왕과 같은 사람들이 이 시대에도 있다.

 

소위 '특권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올 여름에도 바보 같은 생각에 남이 쐬는 바람과 다른 특별한 바람을 쐬기 위해 그들만의 명소로 떠날 것이다. 없는 사람들이 더욱 소외감을 느끼는 휴가철이다. 부질없는 특권의식일랑 이제 버리도록 하자.

 

此:이것 차  雄:수컷 웅  耳:따름 이  庶:무리 서  安:어찌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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