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근질거린다.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한다. 입과 손, 그리고 온몸은 웃음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객석에서는 커다란 웃음이 연발한다. 그 폭소는 짜릿짜릿함으로 되돌아온다. 희열이다. 막이 내리면 허탈하다. 건전지가 떨어진 로봇 처럼 축 늘어진다. ‘왜 웃겨야 하는 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래도 객석의 웃음소리가 그립다. 오늘도 웃기고 웃기 위해서 무대에 오른다.
예원대학교 개그클럽 ‘신나’도 남을 웃겨야 사는 젊은 청년들이 모인 동아리다. ‘신나’는 코미디연기학과 내에 결성된 개그클럽과는 다른, 독자적인 모임이다. 임동욱(22·3학년) 신대호(22·2학년) 박규희(22·1학년)씨 등 6명이 2개월 전 ‘신나게, 제대로’ 웃겨보기 위해 뭉친 것.
“스물 둘 동갑내기들이 하나가 된거죠. 내년 군입대를 앞둔 친구들이 땀냄새 나는 개그를 만들자는데 의기투합했습니다.”
대호씨는 만든 지 겨우 2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웃기는 실력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지역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에 초청 게스트로 출연했다가 실력을 인정받아 매주 토요일 저녘마다 모임의 이름을 걸고 20분 동안 전파에 웃음을 싣고 있다. 2주전부터 시작한 ‘신나의 엔돌핀 스테이션’이다.
웃음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이들이 올 여름과 함께 시작한 목표가 있다. 전국 순회 길거리 개그콘서트다. 청주공연을 마친 이들은 이번주 대전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옴니버스식 개그 3∼4개와 30분짜리 장막 개그, 개그댄스 등을 1시간 동안 풀어놓는다. 3분을 웃기기 위해서는 3일 동안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개그철학이다.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 회의와 연습의 연속이죠. 주로 학교 연습실이나 우리 집이 아지트예요.”
동욱씨는 내년 군대가기전까지 매주 한차례 전국 도시를 순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3인방은 고교때부터 ‘한가닥’씩 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호씨는 일주일에 한번 교무실로 출장(?), 선생님들 앞에서 개그와 춤을 공연했다. 동욱씨도 고교 시절 내내 학교 응원단장과 레크레이션 부장을 지내는 기염을 토했다.
규희씨는 개그와는 먼 댄스그룹 가수로 활동했다. 4일조 댄스그룹 ‘다이너스’일원으로 앨범도 출반하고 TV에 출연하기도 했다.
“연기자가 꿈이지만 개그는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장르하고 생각합니다. 이제 1학년이라 배우고 있는 단계지만 개그와 연기를 아우르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나이는 같지만 선배들인 동료들의 눈부신(?) 활동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교과서가 되고 있다는 것이 규희씨의 설명.
성대모사가 특기인 동욱씨는 서울의 소극장에서 한달동안 ‘레개 콘서트’를 가지며 개그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레개’는 레크레이션과 개그의 결합어. JTV 라디오프로그램 ‘정운경의 행복발전소’에서 ‘추억의 가요 톱10’을 진행하기도 했다.
준비되지 않은 듯한 어설픈 개그가 특기여서 ‘어리버리’라는 별명이 붙은 대호씨도 팔방미인이다. 연그과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했다.
“연기력이 있어야 코미디가 탄탄해진다”는 대호씨는 개그를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학문’이라고 제법 진지하게 접근했다.
동욱씨와 대호씨는 지난해 SBS 신인개그맨 공채에서 3차까지 진출했지만 낙방의 쓴맛을 봐야 했다. ‘재미 없어서’ 떨어졌다고 단호하게 말한 이들은 올해와 내년에는 꼭 개그맨 입성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개그공연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들에게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 바로 전주에서의 공연이다. 여러차례 시도해봤지만 전주시민들은 도무지 웃지를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토로다.
“전주에서 개그공연한다고 하면 관객들이 일단 ‘너 한번 웃겨봐라’하고 째려(?)봐요. 웃을 준비가 되지 않은 거죠.”
전주시민들이 마음을 열고 개그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이들은 전국 순회공연의 마침표를 전주에서 찍을 계획이다. 올해 말쯤 이들이 펼치는 개그가 전주를 웃음바다로 만드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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