頂天脚地眼橫鼻直이여, 飯來開口睡來合眼할 지어다.
정천각지안횡비직, 반래개구수래합안
머리는 하늘로 향하고 발은 땅을 딛고서 눈은 가로 찢어지고 코는 세로로 선 존재(사람)이여! 밥이 오면 입을 벌려 밥을 먹고 졸음이 오면 눈을 붙여 잠을 잘지어다.
남원 실상사 내의 어느 건물인가에 붙어있던 주련 글귀로 기억하고 있다. 2년 전, 필자의 건강이 별로 좋지 않을 때 우연히 실상사에 들렀다가 이 글을 보고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혹시 불가에서는 이 글이 다른 뜻으로 쓰이는지 모르겠으나 당시 필자에게는 이 글이 '바쁜 체 말라, 잘난 체 말라.'는 말로 들려왔다.
뭐가 그리 바쁜 일이 있다고 밥도 제 시간에 못 먹으면서 뛰어 다니고,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한다고 밤새 잠도 안자고 책상머리에 앉아있느냐고 꾸짖는 말로 들려온 것이다.
인생이 별겐가? 배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자는 게 바로 인생인데 그처럼 편한 인생을 제쳐두고서 스스로 얽은 그물에 걸려 날이면 날마다 바쁘게 뛰어 다녀도 마음은 답답함만 가득하다. 진정으로 바빠해야 할 일에 바쁘면 그건 바쁜 게 아니다. 쓸데없는 일에 바쁜 것이 바로 바쁜 것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정말 바쁘지 않다.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일해서 먹을 수 있을 만큼 먹기 때문에 바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돈과 내실이 없는 명예를 얻으려 들고 자기 스스로 쳐놓은 '성취욕'이라는 덫에 걸린 사람은 항상 바쁘다. 제 몸이 아파 쓰러지면서도 바쁘다. 다 부질 없는 일이다. 분수에 맞게 살며 배고프면 밥 먹고 잠이 오면 잠을 잘 일이다.
頂:정수리 정 脚:다리 각 眼:눈 안 橫:가로 횡 鼻:코 비 直:곧을 직 睡: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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