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新造語가 생긴다. 이런 단어들이 여느 말처럼 일반 사회에서도 통용될지, 문화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시간만이 알 수 있겠지만 자칫 한눈이라도 팔면 우리는 新문맹자가 되거나 왕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인터넷을 무시할 수 없는 세상. 거부하면 할수록 점점 더 깊이 소외되고 도태돼 현실의 늪에 빠져들 뿐이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건 세상이 인터넷을 바꾸건 현재 확실한 해결책은 용감하게 맞서는 것.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 이미 古語라고 할 이들도 있겠지만, 몇 가지 용어를 살펴보며 급변하는 세상을 살짝 기웃해 보자.
컴퓨터나 인터넷을 잘 모르는 사람이 그 분야의 전문가와 대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의 말에서 ‘URL’‘http’‘TCP/IP’‘HTML’‘XML’‘WAI’‘애플릿’‘자바’와 같은 정체불명의 암호(?)들이 튀어나오기라도 한다면 둘의 대화는 아예 단절돼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전에도 없는 컴맹(컴퓨터 문맹자), 컴시인(컴퓨터 원시인), 넷맹(인터넷 문맹자)이라는 신조어가 일반화된 것처럼 이미 어느 정도의 인터넷 신조어는 우리 삶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단어들은 이제 막 컴퓨터에 입문한 이들에게도 암호처럼 알쏭달쏭한 단어들이지만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인 네티즌에겐 이미 친숙한 생활용어다.
다른 경우를 보자. 이를테면 푸시(Push) 채널(Channel) 브라우저(Browser) 포털(Portal) 같은 단어들. 이미 사전에도 나와 있고 뜻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이 단어들은 새로운 뜻이 덧붙여졌다. 또 인터넷 환경에서 새로 생겨난 단어도 있다.
일반적인 우편 시스템을 전자우편의 반대 개념으로 스네일 메일(Snail Mail)이라고 표현한다. 달팽이처럼 느리다는 말. 온라인 대화에서 쓰였던 LOL(Laughing Out Loud)는 ‘큰 소리로 웃다’는 뜻의 단어로 사전에 등재되면서 공식적인 의미를 지니게 됐다. 한 손가락이나 두 손가락만을 이용해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른바 ‘독수리 타법’인 헌트 앤드 펙(Hunt and Peck)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새로운 단어는 한 여름 소나기처럼 뿌려진다. 말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그만큼 사회가 빨리 변하고 있다는 뜻.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비되는 기술과 이로 인한 인식의 변화는 특히 그렇다.
이런 변화가 인터넷 타임(internet time)이란 말을 만들어냈다. 현실에 견주어 4~7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는 이 분야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터넷 관련 산업의 1년이 다른 분야의 4~7년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네티즌. 컴퓨터 통신망과 시티즌을 합한 신조어로 가상네트워크사회의 구성원을 의미한다. 인터넷을 통해 지리적인 국경이나 인종의 구애 없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고 대화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마치 한 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는 데서 나온 개념이다. 불과 2~3년 전에도 ‘사이버’로만 인식되던 이 단어는 이미 그 의미가 세분화, 전문화되며 넓어졌다.
멀티즌(Multizen). 멀티미디어와 시민의 합성어다. 문자나 정지화상을 이용하는 기존 네티즌과는 달리 동영상 등 복합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동시에 활용하는 이용자를 말한다. PC카메라로 화상 채팅을 하고, 자신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 메일을 보내는 등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직접 만들어 낸다.
멀티즌은 대용량 정보교류가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때문에 가능해졌다. 스트리밍 기술(동영상을 보내는 기술)의 발전도 멀티즌의 등장에 큰 몫을 했다. 스트리밍 기술은 파일을 내려받기 시작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동작을 시키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다.
여기에 나우콤에서는 모티즌(MOTIZEN)이란 신조어를 선보였다. 모빌(MOBILE)과 시티즌을 합한 단어다. 휴대폰과 이동통신수단 및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을 뜻한다. 윈티즌(WINTIZEN)도 있다. 유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세계의 모든 인터넷 인구를 뜻한다.
디지털 혁명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를 거부하는 특성을 가진 부류를 일컫는 新러다이트족(Neo Luddite)은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18세기 산업혁명에 기계가 보급되면서 노동자들이 실업위기에 처하자 기계를 부수는 등 변혁에 저항했던 러다이트 운동을 빗댄 말이다.
‘섹티즌’처럼 문화현상에서 생겨난 말도 있다. 섹스(Sex)와 네티즌의 합성어로 틈만 나면 포르노 등 야한 사이트 검색을 떠나는 사람을 가리킨다. ‘펫티즌’도 있다. 인터넷상에서 사이버 애완동물을 키우는 네티즌을 가리킨다.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 특히 정부 기관들로부터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암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을 말하는 사이퍼펑크(Cypherpunk)나 인터넷의 조종사(Astronaut)라는 뜻을 가진 인터노트(Internaut), 정보 기술에 관련된 전문가를 말하는 디제라티(Digerati). 이 단어는 이제 직업적인 의미로도 활용되고 있다.
“인터넷은 다양한 어휘를 창조했다”는 정동철 교수(우석대 정보통신공학)는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어가 특히 많이 생겨나는 추세여서 더욱 신중한 언어생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인터넷이 만든 새로운 문화현상과 그에 따른 단어
인터넷 시대는 끝없이 새로운 문화현상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웹(web)이 접두(미)어가 돼 만들어진 웹시족(Websy), 웹피(webpies), 웹홀릭(Webaholic)같은 신조어들이 그러한 현상을 대변한다.
인터넷을 활용해 정보를 얻거나 쇼핑을 즐기는 주부층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 지난해 말에 등장한 웹시족이다. 인터넷을 통해 대부분의 생활 정보를 얻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주부들을 일컫는 말로 웹과 미시(missy)의 합성어다.
이들은 육아 쇼핑 여가 생활 등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온라인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는 등 정보 지향적 주부층이다. 웹시족이 늘면서 이들을 일컫는 용어를 회사명으로 내세운 웹사이트들도 탄생했고 몇 몇 업체는 웹시족 붙잡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기도 했다.
여가생활을 중시하는 80년대 고급인력층 여피(yuppies)족과 결합돼 만들어진 신조어도 있다. 도시에 살면서 변호사 회계사와 같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젊은 엘리트를 칭했던 여피족은 사회적인 지위를 인정받았고 높은 소득으로 일반인과 다른 소비와 여가를 즐기는 성향을 보였다.
이러한 여피족을 통해 나온 단어가 웹피족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을 스스로 찾아 나서는 반면에 여가생활은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있는 점이 80년대 여피족과 다르다.
부정적인 현상으로 나온 말도 있다.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으면서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처럼 인터넷 중독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최근엔 이 말이 더 진화해 ‘웹홀릭’이라고 부른다. 웹과 중독이라는 뜻인 홀릭(-aholic)의 조합인 이 말은 웹 중독자, 즉 인터넷 중독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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