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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떠나는 판소리기행] 순창 - 김세종

 

 

순창은 판소리의 고장이었다. 지금은 순창 출신의 이름 있는 명창이 없고, 순창 사람들이 판소리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판소리와 별다른 관련이 없는 고장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순창은 다른 어느 고장보다도 판소리사에 혁혁한 공헌을 한 명창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다. 우선 서편제 판소리의 시조인 박유전이 순창 출신이다. 송흥록과는 또 다른 동편제 판소리의 시조인 김세종도 순창 출신이다. 그 외에도 장자백이나 장판개도 순창에서 살았다.

 

이화중선과 함께 살며 이화중선에게 소리를 가르쳤던 장득진도 순창에서 살았다. 성운선과 박복남 두 사람의 전라북도 문화재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순창은 남원이나 보성, 화순 등지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그보다 훨씬 중요한 판소리의 고장인 것이다.

 

순창은 명당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생거부안(生居扶安) 사거순창(死居淳昌)"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서는 부안에 살고, 죽어서는 순창에 묻힌다는 뜻인데, 부안은 물산이 풍부하여 살기에 좋고, 순창은 명당이 많아 죽어서 묻힐 명당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순창에는 100여 개의 명당 터가 있다고 전해지거니와, 호남 최고의 명당이라는 인계면 마흘리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의 말명당, 노사 기정진의 조부묘가 있는 복흥면 대방리의 황앵탁목혈(黃鶯啄木穴),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조부묘가 있는 복흥면 하리의 사두혈(蛇頭穴), 인촌 김성수의 증조부묘가 있는 복흥면 보평리의 득수국(得水局) 등은 풍수지리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명당들이다.

 

회문산에 있다는 최고의 명당 오선위기혈(五仙圍碁穴)은 아직도 찾지 못하였다고 한다. 순창에 명창이 많이 난 것은 명당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전주에서 순창을 가다보면, 순창읍을 2km쯤 앞두고 길 오른편으로 작은 마을이 하나 있다. 이곳이 복실리인데, 바로 여기가 김세종이 출생한 마을이다. 지금은 명창의 출생지라는 표석 하나 없는, 우리나라 아무 데나 있을 법한 평범한 마을이지만, 분명히 이곳이 김세종의 출생지인 것이다.
김세종은 고창의 신재효 집에서 소리꾼들을 직접 지도했던 사람이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김세종이 소리를 배우러 남원 운봉에 살던 가왕 송흥록에게 갔더니, 송흥록이 너희 김씨 문중 소리도 좋은 소리인데, 무엇하러 배우러 왔느냐고 하면서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후 김세종은 자신의 집안에서 내려오던 소리를 열심히 갈고 닦아 명창이 되었다. 김세종이 대명창이 된 데는 신재효의 이론적 가르침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세종은 또 1867년 경회루 낙성연에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소리꾼 진채선을 데리고 가서 대원군에게 소개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1885년 전라감영에서 벌인 잔치의 수입 지출 내역을 기록한 [연수전하기(宴需錢下記)]라는 문서에는 김세종이 받은 소리채가 기록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당시에 김세종은 서편제 판소리의 대가인 이날치와 자신의 제자인 장재백(장자백으로 알려져 있음)과 함께 출연을 했는데, 이날치와 장재백이 50냥씩을 받은 데 반해, 김세종은 100냥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이로 보아 김세종에 대한 당대의 평가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김세종의 [춘향가]는 지금 보성소리로 이어져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판소리로 자리잡고 있다.

 

복실리를 지나 순창읍을 거쳐 광주로 가다가 고추장 민속마을 못 미쳐서 우회전하면 팔덕이다.

 

팔덕에는 강천산과 강천사가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공원이다. 강천사 피서길이나 옛 진상품이었던 고추장을 구하러 고추장 민속마을을 가는 길에, 혹은 명당을 찾아가는 길에 복실리를 지나거든 그곳이 대명창 김세종의 탄생지라는 것도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최동현(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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