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공연이 관객에게 주는 특권.
휴대폰이 울려도 눈치보지 않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나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즐겨도 좋다.
갓 돌을 지낸 아이가 울어 제켜도, 객석 뒤편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횡단해도, 술에 취한 아저씨가 문뱃내를 물큰 풍기며 지나쳐도 고개 한번 돌리면 그만.
‘한 여름밤의 꿈’(전주시립극단·연출 장성식)이 공연되고 있는 지난 17일 밤 전주 덕진공원.
일찍부터 주인을 찾은 7백여개의 의자 뒤편으로 발꿈치를 높이고 선 사람들까지 더해져 연못가에 마련된 무대는 거대한 섬을 이루었다.
틈새를 찾아 비집고 들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10여분 늦은 탓에 공연에 몰두할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객석에서조차 의자에 선 채로 ‘숲의 정령’에 넋을 잃은 아이들.
시립극단의 연기력을 굳이 나열해 무엇하리.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는 사람과 요정들의 엇갈린 사랑을 담은 4가지 에피소드는 결국 해피엔딩.
하지만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알 수 없다. “인간의 지혜로는 뭐라 판단하기 어려운 그런 꿈”이기 때문이다.
군중 뒤편 또다른 섬을 만든 할머니 부대. 부대원(?)인 박길녀(68·전주시 송천동)씨는 “젊은 시절에 많이 들었던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것 같다”며 연꽃 같은 웃음을 보였다.
헬레나(홍자연 분)와 라이샌더(고조영 분)의 노래와 조민철, 최균, 서형화, 정경림 등 성량이 풍부한 배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하지만 유달리 공연·전시가 많은 지역이면서도 “60평생 처음으로 연극을 봤다”거나 “연극은 신세 편한 사람들이나 보러 가는 것”이라는 넋두리는 씁쓸하다.
시립극단이 ‘한여름밤의 꿈’을 통해 보여준 재미있고 황당한 꿈은, 공연이 끝나고 자신이 앉은 의자를 정리하고 떠나는 관람객(특히 아이들)의 모습처럼 아련한 여운으로 남아 시립극단이 더 다가서야 사람들이 진정 누구인지 값진 교훈을 던진다.
오늘 저녁 8시 전주 덕진연못을 찾는 이들은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한 여름밤의 마지막 꿈을 감미로운 선율과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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