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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거울은 피곤하지 않다

 

 

 

何嘗見明鏡疲於屢照하고 淸流憚於惠風인고?
하상견명경피어루조 청류탄어혜풍

 

 

자주 비쳐본다고 해서 거울이 피곤해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으며, 맑게 흐르는 물이 부드러운 바람을 싫어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위진남북조시대 유의경(劉義慶)이라는 사람이 쓴 《세설신어(世說新語)》〈언어(言語)〉中편에 나오는 말이다. 미국의 어느 돈 많은 부자가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되었단다. '뇌 은행'에 찾아간 그의 가족들은 가장 비싼 뇌를 달라고 했다.

 

담당자는 깊이 간직해 두었던 뇌를 하나 들고 나왔다. 가족들이 "이 뇌의 기증자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담당자는 공무원의 뇌라고 답하였다. 약간 의외라고 생각한 가족들은 공무원의 뇌가 왜 가장 비싼지 그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대답하였다. "한 번도 써 본 일이 없어서 신제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가장 비싸다"고. 물론 이이야기는 창의성이 없이 타성에 젖어있는 미국 공무원들을 풍자한 코미디이다.

 

거울에 아무리 많은 것을 비쳐 본다고 하여도 거울이 닳거나 손상되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의 지혜도 많이 쓴다고 해서 손상을 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쓰면 쓸수록 더욱 발달하는 게 머리이다. 요즈음 '아이디어 전쟁시대'라는 말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별 아이디어도 아니면서 자기 생각 내보이기를 꺼리는 사람이 더러 있다. 약삭빠른 소인(小人)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빨리 내놓고서 함께 연구해야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진정한 아이디어맨의 아이디어는 아무리 비쳐도 닳지 않는 거울처럼 아무리 써도 손상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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