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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문화따라잡기] 인터넷 커뮤니티

 

 

◇사람냄새 물씬나는 '공동체' 꿈꾼다◇

 

90년대 중반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인터넷은 커뮤니티의 기능을 한 단계 높였다. 특히 초고속인터넷의 확산은 클릭 몇 번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포털사이트 등에서 채팅방과 연계한 커뮤니티가 인기를 모았고, 프리챌 등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춘 사이트가 등장, 과학 학술 등 전문적인 관심사의 영역에 국한되었던 초창기 커뮤니티는 현재 친목 모임이나 동창회 모임 등 일상 영역으로 확대됐다.

 

안정적인 시스템과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새로운 가상 문화를 만들어낸 것. 이러한 영향 등으로 웹 커뮤니티 디렉토리의 폭은 넓어졌다.

 

컴퓨터 인터넷 쇼핑 생활 가족 사랑 연애 음식 요리 건강 병원 의학 어린이 등등 세대·직업·주제별로 나뉘어진 디렉토리를 보면 웹 커뮤니티는 단지 다양한 분야로 이뤄졌다는 표현을 넘어 생활,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박경모씨(29·전주시 서신동)는 얼마전 인터넷 다음에 카페를 개설했다. 30여명의 회원을 확보했지만 카페는 채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시들해졌다. 매일 글을 올려주던 회원들도 뜸하게 찾아오고 박씨 자신도 업무가 많아지면서 카페 업데이트에 신경이 둔화된 것.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해진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글을 올린 그 역시 자신이 가입한 십여개의 카페에 무관심한 건 마찬가지.

 

신미숙씨(25·전주시 완산동)가 가입한 인터넷 카페는 교회, 봉사단체, 연예인 팬클럽, 대학동아리, 중고교 친구들과의 카페뿐 아니라 자료 때문에 가입한 곳까지 50여개가 넘는다. 업무시간 내내 인터넷에 접속해 있지만 그가 자주 들어가는 곳은 고작 대여섯 곳. 얼마전 새로 가입한 카페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흥미를 잃었다.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비해 빠르고, 손쉬운 만남이 보장되면서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공간에 세분화된 모임이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 다음, 라이코스, 야후 등 포털사이트에 각종 모임이 결성돼 있고, 프리챌, 세이클럽 등 커뮤니티 전문포털을 지향하는 사이트가 인기를 모은다. 아이러브스쿨과 다모임처럼 동창생을 이용한 커뮤니티가 폭발적으로 성장, 동창생찾기 신드룸을 만들기도 했다. 불과 2~3년전 일이다.

 

웹 커뮤니티 서비스는 97년 초, 네띠앙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봄비 맞은 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검색위주로 편성됐던 제1세대 포탈사이트는 2세대, 3세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커뮤니티 서비스로 발전했다.

 

지속적인 회원 트래픽과 로열티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커뮤니티에 주목하게 된 것. 우석대 정동철 교수(컴퓨터 정보통신)는 “온라인 커뮤니티 결성은 2가지 형태를 띈다”며 “오프라인 모임에서 발전해 인터넷에 별도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기존의 관계를 보다 돈독하게 하는 것과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라고 요약했다.

 

동창회나 사우회 등 오프라인 모임이 온라인으로 확장되는 게 첫 번째 경우라면, 취미 등의 관심사를 매개체로 온라인에서 만나는 게 두 번째 경우에 해당된다.

 

또한 “대부분 무료임을 강조하면서 치열한 회원확보 경쟁을 벌였고 동호회와 유사한 모델을 선택하며 서비스를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이후 다음까페와 드림위즈, 프리첼, 싸이월드, 클럽포유, 인티즌 클럽 같은 개방형 커뮤니티 서비스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활성화 요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소모임’을 주장하며 마음이 맞는 소수가 독자적으로 모이길 원하는 신세대의 출현과 소규모 반폐쇄형 커뮤니티를 원하는 그들의 요구가 맞물린 것.

 

문화기획자 성기석씨(32)는 “PC통신동호회들의 포화속에서 중복동호회를 인정하지 않는 업체의 영향, 단지 동호회의 운영자라는 이유로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현실이나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매니아층을 형성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것은, 그 기능이 좋다거나 필요한 기능만 있다거나 하는 지엽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성기석씨는 “웹 커뮤니티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PC통신동호회에 비해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는 것”을 들며 “엄청난 수에 비해 내용은 형편없이 부실한 커뮤니티의 짧은 생명주기”를 문제로 지적한다.

 

호기심으로 만들고 관리가 되지 않거나 개설이후 회원이 없어 운영을 포기한 커뮤니티, 많은 회원수와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도 정작 회원들의 관심이 없어 운영자 혼자서 모든 것을 다 맡아야 하는 커뮤니티, 1주일에 하나씩 글이 올라오거나 한달에 고작 10건도 안 올라오는 커뮤니티 등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과 구성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통. 인터넷 커뮤니티 역시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양태와 습관은 오프라인 사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게 돼있다.

 

게시판을 통해 벌어지는 논쟁, 묻고/답하기, 신입회원을 받아들이는 모습, 신규회원에 배타적이거나 포용적인 커뮤니티, 각 커뮤니티간의 경쟁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질서가 잡히고 문화가 생성된다. 다양한 문화의 창출이 커뮤니티의 보다 중요한 핵심요소.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선 당연히 사람 냄새가 나야 하는 법. 사람의 문화를 창출하고 그 문화를 향유하는 구성원들의 소통을 통해 커뮤니티에 대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 ‘전북’이란 단어로 검색되는 인터넷 ‘다음’과 ‘프리챌’의 커뮤니티

 

인터넷 카페의 생성·발전·소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문화현상. 카페 가입자들이 단순한 유저가 아닌 커뮤니티 운영자 및 콘텐츠 생산, 제공자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한국의 독특한 인터넷문화를 만들어왔다. 특히 다음과 프리챌은 대표적인 커뮤니티를 생산하고 있다.

 

‘다음 카페’는 친목, 여성, 경제, 금융 등 총 170여개 카테고리에 140만개의 커뮤니티가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다. 지난 6월 월드컵기간 하루 평균 30여개의 축구관련 카페가 개설, 현재 4500개 카페가 활동한다는 것은 ‘다음’이 아시아 최대 커뮤니티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한 예다.

 

'다음'에서 ‘전북’이란 단어로 검색되는 카페는 1,456개. 지난해 11월 개설된 정보카페 ‘넷쉼터’는 1만 3,478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전북 최대의 커뮤니티이며 친목모임 ‘비단향 꽃무’를 비롯해 전북현대 최진철선수의 공식 팬클럽인 ‘최진철 선수의 팬모임’ 남녀미팅 전문 카페‘사랑 만들기’ 등도 5천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어제 하루만 해도 전북현대 모터스 서포터즈 카페‘MGB Of Student’와 친목단체 ‘전북대 사학과 95학번 모임’이 개설됐다. 전북지역 오지의 대명사인 ‘쌍치’나 ‘장계’란 지명을 입력했을 때에도 각각 7개, 23개의 카페가 검색되는 것으로 봐서도 인터넷 카페는 사람들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카페와 달리 홈페이지의 기능까지 겸할 수 있지만 회원가입이 까다로워 사용자가 많지 않은 프리첼도 마찬가지. ‘전북’이란 단어로 검색되는 커뮤니티는 2000년 1월 2일 개설된 ‘순창 이기남할머니 고추장’를 시작으로 최근 개설된 ‘전북체고 태권도팀’까지 총 416개. 574명의 가장 많은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한국방송대학교 전북 국어국문학과’다.

 

일반적으로 네티즌들이 검색 키워드로 지역명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전북’이란 단어로 검색되는 카페들의 수가 이 정도이니 실제로 전북인들이 개설한 카페가 얼마나 될지 상상을 불허한다.

 

인터넷 카페 개설열풍은 새로운 매체에 대한 일반인들의 호기심과 정부의 인터넷 이용 권장, 초고속망의 확산, 닷컴기업의 활성화 등을 보편적인 요인으로 본다. 특히 다음 카페의 경우 한메일넷과의 시너지뿐 아니라 필요한 기능만을 뽑아 손쉽게 만들고 없앨 수 있다는 점이 잇점이다.

 

▲ PC통신의 BBS·동호회

 

PC통신 동호회를 평가할 때, 하이텔을 첫 손에 꼽는다. 넷츠고와 채널아이의 이벤트, 나우누리의 풍부한 서비스 기능, 천리안의 역사나 유니텔의 재정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하이텔 동호회가 손꼽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십년동안 구축된 문화와 그 문화를 이끌고 향유하는 이용자 집단이 대거 존재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역사는 1989년 KETEL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지극히 기초적인 수준의 커뮤니티였고 ‘BBS’(bulletin board system, PC 통신 서비스의 전자 게시판)나 ‘동호회’라는 단어로 불렸지만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의 근간인 동호회, 자료실, 게시판, 메일, 채팅, 토론실 등의 컨텐츠는 이미 그때 완성된 것이다.

 

또한 사용자 스스로 통제를 잘했기 때문에 오늘날처럼 불건전한 정보나 유언비어, 통신예절 등의 문제는 없었다. 무엇보다 컴퓨터 보급률 자체가 형편없었던 때였기에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KETEL’은 “시작했다”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유료화가 자리잡은 90년대 초반, 컴퓨터 보급률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통신이용자도 늘어나기 시작한다. PC통신이 활성화되면서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에 인터넷 공동체 개념의 포털서비스인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동호회 개설이 늘고 동호회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면서 전체메일 시스템을 비롯해 각종 제도나 서비스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다음' 등 웹 커뮤니티 서비스 광고에서 서비스 명인 ‘카페’를 강조하지 않고 ‘동호회’란 단어를 광고에 사용한 것은 PC통신업계에서 선점한 ‘동호회’라는 단어의 환영이 절실했기 때문. 이는 기존 PC통신동호회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인지도를 대변하는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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