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소리를 만든 게 아니다/ 소리가 이 세상을 만들었다/ 소리가 이 세상의 끝과 끝을 맞잡고 있다/ 들려다오, 사랑하는 이여/…/ 귀를 기울이면 비로소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던 소리가 보인다/ 전주에서 보인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보인다’(안도현 작·2002전주세계소리축제 축시 ‘세상의 모든 소리’중에서)
2002전주세계소리축제가 시작됐다. 축제의 서막을 올린 개막공연 ‘세계의 합창’은 “단순한 음악제나 종합예술제가 아닌, 전주라는 지역성에 기반한 신명난 축제”라는 임진택총감독의 장담처럼 소리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자리였다.
24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각계 인사와 하라사 주한필리핀대사 등 40여명의 주한외교사절, 일본 이시카와현 관계자, 지역민 등 2천여명이 참석했다.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축제서곡으로 막을 연 개막공연은 체코 보니푸에리 합창단을 비롯해 일본 이시까와현 민속예술단, 벨라루스 아카펠라여성합창단 그램닛시, 아프리카 코트디브와르 민속합창, 뉴질랜드 마오리족 민속합창, 익산시립합창단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독특한 창법, 이색적인 의상, 각기 다른 음악 장르를 선보이며 ‘세계와 세계, 소리와 소리’가 만나는 특별한 무대를 빚어냈다.
2시간여에 걸친 개막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어울림’이었다. 도립국악원 관현악단과 판소리연합합창단, 필리핀 산미겔합창단을 비롯해 이번 축제에 참가한 각국의 출연진들은 ‘전라도 소리아리랑’(작사 김정수·작곡 유장영·편곡 김삼곤)을 함께 부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지금까지 화성의 조화에 치중하는, 서양의 합창형식에 길들여진 관객들은 소리축제의 야심찬 시도에 다소 낯설어하면서도 세계로 통하는 열린 무대로의 가능성과 축제의 정체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푼 기대 만큼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목소리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는 있었지만 개막공연이라는 규모와 성격에 걸맞는 넉넉한 성찬은 찾을 수 없었다. 다양하고 독특한 합창은 파노라마처럼 선보였지만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낼 만큼 흡입력있는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