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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 최기우기자의 소리읽기-아유타에서 불어 온 바람

 

 

무대 뒤편으로 휘어진 느티나무 한줄기가 세상의 소음을 막아선다. 초생달을 만든 3백여 객석. 이들은 ‘시간’‘새벽’‘여름’‘평화’를 제시했다. 즉흥연주다.

 

수닐 아브차트의 반수리(bansuri·대나무 플루트)는 바람이 되고 백인영의 가야금은 잎새가 돼 ‘평화로운 새벽 시간’을 들려준다. 경기전의 향취에 감흥이 스미는 소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 잎새를 흔들면 관객은 화답하듯 꽃잎을 떨군다.

 

잠들지 못하고 들척이던 늦여름 매미가 탄푸라(tanpura·타현악기)의 ‘드론’(지속·반복음)을 흉내내듯 울어 제키는 25일 늦은 시간 전주경기전의 풍경.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배려가 있기에 가능하다.

 

한국과 인도의 전통음악인들로 구성된 ‘쌍깃프렌즈’. 별다른 리허설은 없었다. 마주선 자리의 느낌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밤하늘 문득 보인 별 하나를 수직으로 향을 사르면서 ‘키르탄’(신에게 드리는 음악회)이 시작됐다.

 

무대에 얹은 손을 다시 가슴에 모으고 무대를 오르는 그들의 모습은 사뭇 경건하다. “인도 음악은 마음을 다스려 담아내는 것”이란 김진묵씨(음악평론가)의 덧붙임은 본 연주에 앞서 ‘다스름’을 하는 우리네 산조나 판소리의 ‘단가’를 연상케 한다.

 

우주 근원의 미세한 음을 잡아내는 ‘탐브라’가 시작되고 우리네 작은 북을 이어 붙인 듯한 ‘타블라’(연주 산제이 데쉬판데)가 토닥, 소리를 내면 라가 싱어 아파르나 판쉬카르는 긴 호흡으로 객석과 대화를 시작한다. 낯설지만 불편하거나 거슬리지는 않는다.

 

가야금 실내악단 ‘예랑’과 하나가 된 연주도 같은 호흡을 유지했다.

 

손풍금 소리를 닮은 ‘하모니움’(연주 쿠마르 카라난디카르)은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고 큰 울림으로 맑은 음색을 들려주는 ‘사로드’(연주 바르가브 미스트리)는 경쾌하다.

 

‘명상음악’이 무작정 던져놓은 ‘엄숙’과 ‘침묵’의 이미지는 객석 한편에 늘어선 대나무 숲에 숨어 댓잎과 사각거리며 뛰논다. 명상음악을 들으며 박수를 치는 관객들. 이들의 선율은 인간의 손을 마주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즉흥이 강하고 명상적인 분위기가 물씬 우러나는 국악의 산조(散調)와 인도음악 라가(RAGA)의 어울림, 인도 음악은 평화를 담았고 우리 음악은 한껏 여유를 품었다.

 

서두를 것 없는 걸음으로 26일과 27일 늦은 9시 전주경기전을 찾으면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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