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체험관 ‘한국의 소리 100선 감상’
‘낙엽’이 우리에게 주는 아련함은 언젠가 책속에 끼워뒀던 은행나무잎에만 숨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실바실 낙엽이 바람에 흔들리며 소리를 내고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구르며 얕은 파소 소리를 낸다. 낙엽을 밟으며 걸으면 싸그락 싸그락, 뛰면 와스삭거리며 소리를 낸다.
또 낙엽을 싸리비로 쓸어내면 쓰싹 쓰싹한다. 쓸어 모은 낙엽을 태우면 연기를 내며 화드득 화드득 앙탈을 부린다. 우리가 무심코 스친 소릿결이다.
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의 소리 100선 감상’. 소리체험관의 한 섹션으로 자리한 이 공간에선 ‘사계’‘향토’‘울림’‘향수’‘생명’을 주제로 고드름 낙수 소리, 시골장터 소리, 가시연꽃밭의 폭우소리, 몽돌이 파도에 휩쓸리는 소리, 빠가사리 우는 소리, 벼이삭 부딪히는 소리, 소 여물 먹는 소리, 어시장 경매소리 등 우리의 시끌벅적한 삶의 소리와 자연을 대표할 수 있는 생명의 소리·삶의 소리를 들려준다.
현란한 영상 시대. 그 속에서 소리들이 던지는 아담한 메시지에 귀기울이면 정겹고도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어느 촌로들의 모처럼 나들이. ‘시골 장터 아낙네들의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그들 탓만이 아니다. 잠시나마 그들을 소외시켰던 복잡한 진공관과 오디오 시스템(소리체험관)은 이제 별다를 것 없는 플라스틱과 쇠붙이일뿐. 촌로들은 사람냄새 물씬 베어나는 그 소리들에 “저건 내가 잘 알지”하며 알은 소리를 한다.
“논두렁 태울 때 하곤 달라. 후드득후드득 하는 것은 달집태울 때 나는 소리고… 째깐헌 나뭇가지를 태우면 호드득호드득 하지”
“아니지, 한참 탈때는 화르르화르르 재재재재 허지, 바싯바싯 허는 것은 불 붙이면 그러는 것이고… ”
그리운 소리, 진솔한 생명의 소리를 던져주는 ‘한국의 소리 100선’의 미세한 떨림은 마실나온 농부에겐 소리축제를 이해하는 또하나의 고갯짓이 됐다.
굳이 전시장을 둘러보지 않더라도 주변을 살피면 우리가 잊고 있는, 잃어 버린 소리들은 많다. 각박한 세상속 한 박자 쉴 수 있는 여유와 그 소리들을 소중하게 감싸안는 것.
이 전시를 통해 소리축제가 들려주고 싶은 말은 그런게 아닐까.
그곳에 가면 눈을 감고 들어야 한다. ‘할아버지 잔기침 소리’에만도 잊은 기억들이 떠올라 다 감당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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