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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지역이벤트 이대로 좋은가

 

 

민선 이후 자치단체마다 축제 영화제 박람회 연극제 등 이벤트행사를 경쟁적으로 열고 있다. 자치단체 수는 2백32개인데 이러한 지역 이벤트행사가 전국적으로 8백개를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니 가히 이벤트공화국이라고 할만하다.

 

이벤트 숫자도 관심을 끌지만 게중에는 왠 ‘세계적’이벤트가 많은지 놀라게 된다. 국제꽃박람회(안면도) 세계동굴박람회(삼척)라든가 세계도자기축제(이천) 국제섬유박람회(대구) 국제탈춤페스티벌(안동) 국제연극제(거창) 세계섬문화축제(제주도) 국제공예비엔날레(청주) 세계음식문화 큰 잔치(순천) 세계불꽃축제(서울) 국제애니타운페스티벌(춘천) 등 열거하기에도 숨이 찰 지경이다. 전주 세계소리축제도 빠질세라 이 대열에 들어있다. 조그마한 나라에서 국제영화제를 여는 곳만 해도 부산 부천 전주 등 세곳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이벤트공화국’

 

내용과 규모가 세계적이라면 합당하겠으나 개념만 세계적이라면 사기이다. 이왕 할 바에는 카테고리를 넓히는 게 좋다는 식으로 ‘세계’를 끌어들인다면 조잡한 사대주의적 발상일 것이고, 한술 더 떠 구색을 갖추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검증되지도 않은 해외의 이벤트팀을 불러들인다면 주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주민혈세를 쏟아부으면서 자치단체가 이벤트를 여는 까닭은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이익기회를 창출하며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지역을 홍보함으로써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인근 지역에서 축제행사를 열기 때문에 우리 지역에서도 개최한다는 수평적 발상, 지난해 개최했기 때문에 올해도 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기획된다면 그 이벤트는 맹목이다. 상당수 이벤트들이 이 범주에 든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민선 단체장들이 선거를 겨냥한 치적과시용 또는 전시적 이벤트가 마련되는 경우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처럼 역사적으로 쇼비니즘을 수단으로 이벤트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혹여 이런 생각에 이벤트를 연다면 벼락을 맞을 일이다.

 

어찌됐든 지역 이벤트시대는 이미 개막돼 있다. 그러나 이제 경쟁력이 없는 이벤트는 과감히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축제이벤트는 지역의 문화전통이 깃든 지역문화의 결집체이자 지역문화를 가장 적절하게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다. 이같은 성격 또는 컨셉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주민연대 또는 지역이미지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구조조정해야 한다.

 

또 앙꼬없는 찐빵처럼 주민은 없고 주최측과 유관기관단체 사람들만 벅적거리는 이벤트 역시 페기처분돼야 한다. 이벤트는 일단 즐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발적 관객도 기대하기 어렵다. 용인 에버랜드에는 왜 사람이 많이  모이는가를 자문해 보면 해답이 나온다.

 

경쟁력 없는 이벤트 폐기돼야

 

이벤트에 대한 평가도 객관화돼야 한다. 전문기관에 맡겨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최종 소비자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효과측정도 뒤따라야 한다. 앙케이트 용지를 참가자들에게 배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간판만 번지르한 이벤트는 이제 퇴출시키자. 세계는 커녕 전국 규모도 안되는 행사를 놓고 세계 축제라고 우길 일이 아니다. 초장부터 거창한 것 보다는 조그맣게 시작했지만 연륜이 쌓일 수록 빛이 나서 자연스럽게 세계적 축제가 되는 그런 이벤트문화를 우리지역에서부터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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