寸步千里요, 咫尺山河라
촌보천리 지척산하
한 촌(寸)의 거리도 천리인 양 멀고 지척간도 산하가 가로놓인 양 멀어라.
당나라 때의 시인인 노조린(盧照隣)이 병든 자신의 모습을 안타까이 여기며 쓴〈석질문(釋疾文)〉의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이 구절을 통해 노조린은 쇠약하여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자신에게 있어서는 촌보(寸步)도 천리처럼 느껴지고 지척도 산하가 가로막힌 듯이 멀게 느껴진다고 한탄하였다.
그런데 세상에는 멀쩡하게 건강한데도 불구하고 촌보가 천리요 지척이 산하로 가로막힌 양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형제 자매간끼리 가까이 살면서도 계절이 바뀌고 명절이 오가도 1년 내내 연락 한번 없이 사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남북의 이산가족이 백발의 나이에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라. 형제 자매를 못 만나 그렇게 한이 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도 가까이 있는 형제끼리 서로 불목하여 연락도 없이 산다면 정말 반성해야 한다.
각박한 현실에 사람이 그립다고 호들갑을 떨며 새로운 사람 찾아 나서기 전에 내 형제 내 이웃을 먼저 돌아보며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사람이고 그렇게 사는 삶이라야 사람다운 삶이다. 추석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간에 가까운 사이임에도 어떤 연유로 인하여 서먹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다면 추석을 통하여 풀 수 있도록 미리 간단한 이벤트 하나를 준비해 보도록 하자. 더 이상 지척이 천리가 되지 않도록.
寸:마디 촌 步:걸음 보 咫:여덟치 지, 짧은 거리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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