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리축제도 역시 '축제'가 아닌 '잔치' 판이었다. 작년에 비하여 비교적 먹을 것은 풍부하여 이것저것 골라먹어 보았지만 왠지 제살 깎아 먹은 기분에 떨떠름한 기분을 지울수 없다.
인구 60만도 안되어 인구 늘리기 운동을 벌여야하는 고장에 한국 소리의 전당, 전통문화센터, 삼성문화회관을 비롯, 수많은 대 소형 공연장이 있고 그밖에 경치 좋고 고풍스런 야외 공연장까지 갖추었으니 예향은 예향인가보다. 그러나 수많은 공연장만 있으면 뭐하겠는가.
넉넉하다 못해 헐렁한 곳이 더 많고보면 이런 물음을 떨치기 어렵다.
적어도 '축제'라는 이름을 붙이자면 빠밤빠 밤 빰 대∼한민국 은 아니더라도 신세대 가수 콘서트 또는 이미자나 나훈아쇼의 분위기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만약 이미자나 나훈아 노래축제가 있다면 직접 공연장에는 못 가더라도 그네들 노래 한 곡 정도는 부를 줄 알거나 그네들에 대해서 조금은 알아야 축제를 벌일 자격이 있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판소리를 주제로 한 세계 소리축제 판을 벌리려면 이 지역 사람 누구에게 들이대도 소리 한마디 할 줄 아는 것이 바람직하고, 명창 누구 하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은 못하더라도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공부했는지 정도는 알아야 축제의 명분이 제대로 서지 않을까?
서양의 톱가수나 국내 유명 가수의 일거수 일투족은 꿰고있는 사람은 많아도 전설적인 명창 이름 하나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은 현실에서 판소리를 내세워 축제라니 사실 웃을 일이다. 모래 위에 집을 지으려 해도 분수가 있지 아예 일 이층은 필요 없으니 삼층만 화려하게 잘 지으면 된다는 격이 아닌가.
세계 여러 나라 맛있는 반찬으로 잘 차린 잔치 상은 잘 받아먹었다. 물론 너무 허술하여 눈 가리고 아웅 하려는 곳도 없지는 않았으나 비교적 잘 차린 잔치 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데 올해 역시 축제는 아니었다.
서툰 귀명창의 귀를 속일 법한 창작 판소리 몇 개 내놓고 가능성을 말하지 말라. 열렬한 환호 없이 느닷없는 창작품이 나올 수 없고 열렬한 환호 없이 진정한 명창도 나올 수 없다.
명창 되기가 그렇게 수월하던가. 아무나 명창이라 부르지도 말라. 나이 삼 사십이면 적은 나이 아니라는 것 만으로 명창소리 들을 만하다고 생각하면 크게 잘못이다.
겸허히 생각하자. 우리가 소리축제를 벌일 자격이 있는지 이 지역에 사는 사람은 술좌석에서 소리 한 대목 할 줄 알아야 하고 이 지역 학교라면 학생들에게 소리 몇 대목 가르쳐 내보내야 되지 않겠는가.
술집이건 음식점이건 소리판이 벌어질 수 있어야 되고 노래방에서도 소리가 있어야 한다. 소리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환호를 보내고 소리하는 사람은 더 많이 겸손해져야 한다. 그 때 우리의 소리축제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소리하는 사람도 노래방에서 뽕짝으로 놀고 소리하는 사람조차 대중가수 이력이나 훤히 꿰고 대중가수에게 환호하는 것이 현실인데 어찌 감히 소리축제를 말할 수 있는가.
혈세를 써서 벌이는 잔치는 축제가 아니다. 혈세를 소리교육에 투자하여 이 땅의 모든 사람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이 지역 사람이라도 소리를 알고 소리로 놀 줄 알게 한다면 저절로 소리축제가 될 수 있지 않을런지.
그 때 비로소 세계의 소리가 다투어 몰려와 진정한 세계소리축제가 될 수 있을 것 아닌가.
/김두경(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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