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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쇠보다 무거운 매미 날개

 

 

世混濁而不淸이면, 蟬翼爲重하고, 千鈞爲輕이라.
세혼탁이불청,     선익위중,     천균위경

 

세상이 혼탁하여 맑지 못하면 매미 날개를 무겁다고 하고, 천 균(鈞:30근)의 무게는 오히려 가볍다고 한다.

 

초나라 때의 시인인 굴원(屈原)이 쓴 〈복거(卜居)〉라는 초사(楚辭)작품에 나오는 말이다. 소위 '가치관의 전도(顚倒)'라는 말이 있다. 가치를 보는 관점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가치관의 전도는 곧 '어지러움'을 의미한다. 요즈음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내일이면 가치관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기 때문에 믿고 의지할 게 거의 없다. 그야말로 불확실의 시대이다. 이러한 불확실의 시대에는 거짓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을 핑계삼아 변하지 않은 것도 변했다고 속이고, 또 변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해서도 변해야만 한다고 주장하여 '반짝' 이름을 얻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굴러가는 수레바퀴의 바퀴 날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다. 그 빠른 속도의 회전 속에 몸이 한번 휘말려 들고 보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바퀴에서 떨어 질까봐 계속 안간힘을 다해 바퀴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 가련한 삶이다.

 

그러나 바퀴를 구르게 하는 축의 한 가운데에 앉아 있어 보라. 굴러가는 바퀴의 속도를 다 감지하면서도 자신은 항상 제자리에 의젓이 앉아 있을 수가 있다. 이런 사람은 가치관의 전도를 걱정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이 다 매미의 날개가 쇠보다 무겁다고 말해도 그는 이미 매미 날개는 쇠보다 가볍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混:섞일 혼  濁:흐릴 탁   蟬:매미 선  翼:날개 익  鈞:30근 균  輕:가벼울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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