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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광복절 특사' 제작현장

 

 

‘전주공업고등학교가 ‘오수교도소’ 로 변했다.

 

전주공고 자동차과 실습실 뒤에 위치한 이 교도소는 설경구(34), 차승원(31), 송윤아(29) 주연의 영화 ‘광복절 특사’(감독 김상진) 촬영을 위한 것. 전체 제작비 32억원 중 세트에 투자된 비용만 8억인 오픈세트장은 6천여평 부지에 7개월 동안의 작업으로 완성됐다.

 

서대문형무소를 본떠 붉은 벽돌로 외관을 꾸민 건물 두 동. 5m가량 되는 교도소 외벽, 망루 스피커 고압선까지 영락없이 교도소다. 이 세트장에서 촬영된 부분은 영화의 절반 가량에 해당된다.

 

‘광복절특사’는 간신히 탈옥에 성공한 재필과 무석이 광복절 특사 명단에 오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코미디 영화.

 

애인 경순의 결혼 소식에 화난 ‘양아치’ 재필과 빵 하나를 훔쳐먹고 수감, 탈옥과 재수감을 거듭하며 엿가락처럼 형량이 늘어난 무석의 억울한 심정이 탈옥의 이유다. 대책없는 두 남자는 설경구와 차승원이, 변심한 여인은 송윤아가 맡았다.

 

촬영을 공개한 지난달 30일. 세트장 밖 풀 더미가 우거진 하천 둑에서 진행된 이 날 촬영에서 두 남자는 ‘오수 교도소’를 벗어나기 위해 비 내리는 진흙 속에서 허우적대야 했다.

 

비옷과 장화로 무장한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감독의 목청이 한없이 커진다.  온통 진흙 범벅이 된 두 죄수가 탈옥에 성공하며 기뻐하는 장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두 사람이 교도소 밖 벌판으로 얼굴을 내민다. 크레인 위 카메라가 멀리 있는 교도소 외벽을 비추면 망루 위 감시등이 교도소 밖을 한번 훑고 지나간다. 무석과 재필이 차례로 땅 속에서 나온다.

 

어느 날 발견한 숟가락으로 5년간 고집스럽게 땅굴을 파 결국 탈옥에 성공한 무석. 감격에 겨운 듯 ‘쇼생크 탈출’의 팀 로빈스처럼 두 팔을 벌리고 만세를 불렀다. 배우 차승원이 가진 특유의 애드립이다.

 

송윤아는 불쌍한 죄수 두 사람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지난 달 17일부터 촬영에 합류한 그는 “시나리오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신라의 달밤’을 제작한 김상진 감독이나 존경하는 선배 연기자 설경구씨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분홍립스틱’을 잘 부르는 남자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경순’. 변두리 술집 언니 출신으로 촌스러우면서도 섹시한 아가씨역이다. 시도 때도 없이 “어쩜 좋아!”를 연발하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거침없이 하는 경순 역에서도 안정된 연기력과 깨끗한 이미지는 돋보인다.

 

‘광복절 특사’는 엄숙한 제목과는 달리 출연자나 영화의 설정부터 웃음을 유발한다. ‘이왕 나오려면 떳떳하게 나오자’며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기 위해 벌이는 포복졸도 모험담. 감옥에서 나오기 위해 다시 들어가야만 하는 죄수들의 기막힌 사연. 탈옥영화를 뒤집어 내는 듯한 기발한 상상력이 영화를 관통한다.

 

햇볕 쨍쨍한 한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광복절 특사’는 잦은 비로 촬영이 지연돼 이 달 중순까지 전주에서 촬영이 계속된다. 10월 중순 개봉 예정.

 

‘노벨 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의 마지막 8·15 대사면’이 ‘광복절 경축가석방’으로 탈바꿈하면서 형식적으로 그쳐 1천 5백여명에 달하는 양심수들과 가족들이 긴 한숨을 쉬어야 했던 올해 ‘광복절 특사’의 현실 역시 코미디가 아니던가.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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