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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문화따라잡기] 웹진(1) 탄생과 성장

 

 

미디어 발달은 사회문화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해왔다. 인류 역사는 출판시대를 넘어 정보사회로 진입했고 이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융합하는 멀티미디어로 대변된다.

 

‘한국잡지산업지표 및 통계자료 조사연구’ 보고서는 문화관광부와 각 시·도에 등록된 월간 이하(월간, 격월간, 계간, 연2회간) 잡지는 4천528종(5월 31일 현재), 최근 국내 잡지시장의 큰 특징으로 ‘컴퓨터 잡지(웹진·Webzine)의 세분화’를 꼽고 있다.

 

99년 9월 ‘웹진’에 대한 검색결과로 야후 코리아는 381개, 네이버는 659개의 사이트를 출력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네이버는 82개의 카테고리와 1020개의 사이트, 엠파스는 64개의 카테고리와 449개의 사이트, 심마니는 95개의 디렉토리와 717개의 사이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숫자의 팽창과 차이’는 아직도 통일이 되지 않은 웹진의 정의가 일으키는 혼란에서 비롯된다. 그만큼 웹진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미약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웹진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네차례로 나눠 싣는다(편집자주)

 

일부에서는 여전히 웹진을 분류할 때 발행이 정기적인가를 구분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기존 잡지의 큰 특징은 ‘발행이 정기적’이지만 웹진의 장점은 보통 일주일이나 한달을 기다려야 하는 인쇄잡지의 한계를 극복한 ‘빠르고 신속한 정보 제공’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웹진은 일간 신문 사이트나 다른 뉴스 사이트와 구별이 모호해진다.

 

웹진은 인터넷의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의미하는 ‘Web’과 잡지를 뜻하는 ‘Magazine’을 줄여 부르는 말로 인터넷상에서 만날 수 있는 잡지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많은 정보중에서 특정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 잡지 사이트를 말한다. 이러한 사이트를 잘 파악하고 있으면 한 분야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한가지 변화로 주목할 것은 다양한 카테고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 대부분 웹진들은 음악, 영화, 만화 등 각각의 전문분야에 특유의 순발력 있는 문화 비평을 담아내고 있다.

 

엠파스의 경우만 해도 뉴스, 미디어라는 하위폴더를 가진 문화예술, 종교, 경제, 재테크, 컴퓨터, 인터넷, 건강, 의학, 여행, 스포츠 등 다양한 상위폴더가 존재한다.

 

웹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로 상징되는 진보적 성향의 하이테크 히피들의 손끝이 인터넷이라는 낙원을 향하면서부터 소규모 저항 문화의 매체로서 탄생됐다.

 

국내 최초 본격 웹진으로 소개되는 것은 96년 6월에 선보인 문화비평 웹진 ‘스키조’다. “우리는 미친듯이 대결한다”는 창간 이념을 내 건 이 웹진은 파격적인 주제로 관심을 모았다.

 

스키조프레니아(schizorprenia 정신분열증)라는 어원에서 출발한 스키조는 “여러분의 분열증을 상담해보라” “상이 지배하는 사회! 그 욕망의 삼각형” “성적 변태에 대한 7가지 질문” 등 주로 문화의 관습적인 시각에 도전하는 담론을 쏟아 내며 상당한 매력을 줬다.

 

소규모 집단을 결집하는 중요한 매체로서 웹진은 가장 적확한 유형. 그러나 그 실험적 시도는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현재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국내에 웹진이 활기를 띄며 본격적으로 창간된 시기는 97년으로 거슬러간다. 개인이 자신의 글을 일정한 기간에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1인 웹진에서부터 소규모 업체가 선보인 저예산 문화 웹진, 거대 기업에서 자체 서버와 고속 전용선을 갖추고 컨텐트 업데이트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문을 연 다양한 웹진들이 속속 인터넷에 올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인터넷의 확산으로 그만큼 사용자가 보장되기 시작했던 것도 큰 원인이다.

 

이들은 웹진을, 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선택한 것일까?

 

웹진이란 단어가 아직은 낯선 때인 1998년 영화 전문웹진 ‘스크린’의 운영자는 창간 1주년 특집기획 ‘하나의 끝, 또 다른 시작’이란 글을 통해 “우리에게 보고, 듣고, 읽기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수많은 매스 미디어들이 무자비하게 쏘아대는 일방향 메시지들의 집중 포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질식할 것만 같은 거대한 텍스트 더미들 속에서 숨통을 트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바로 ‘웹진'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이들이 만든 웹진은 정치사회학적인, 문화인류학적인, 정치문화적인 생존전략. 당시에 웹진 제작의 물꼬가 트인 이유이기도 하다.

 

‘시사 패러디’‘풍자 패러디’를 표방하며 이즈음 탄생한 딴지일보는 ‘딴지신드롬’을 일으키며 인터넷 관찰자를 네티즌으로 끌어들여 웹진 운영자로 변화시키는 토대를 마련, 1999년 웹진 창간붐을 일으킨다. 당시 시사전문웹진 ‘대자보’‘더럽지’‘토로’‘JBS’‘온라인 뉴스’ 등의 활약은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98년에 접어들며 메이저 미디어 기업들도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면서 기존 종이 매체의 데이터를 인터넷 버전으로 재생산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대표적인 저항 문화에 뿌리를 둔 소수집단의 웹진이 아니더라도 순수하게 인터넷에서만 제공되는 잡지 형식의 사이트를 흔히 웹진으로 부르게 된다.

 

그러나 아무래도 소규모 웹진은 기성 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저항과 독설, 비판적 소수집단으로서의 존재 근거를 확립하기 위해 때로 공격적인 입장들을 취하곤 했다. ‘삐딱’하지 않으면 어울리지 못하는 것. 그래서 인터넷에는 삐딱한 척하는 이상한 감염력이 곧잘 사이버 테러라는 거창한 자기 변명을 만들어 냈다.(계속)

 

■ 웹진의 두가지 표정

 

웹진의 사전적 학문적 정의가 미흡한 관계로 홈페이지와 웹진의 기준은 모호하다.

 

웹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잡지는 인쇄매체가 다루지 못한 파격적인 주제와 형식으로 기성 잡지문화에 과감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배포 방식과 기사의 데이터베이스가 쉽고 편리하다는 것. 그리고 독자와 쌍방향 의사소통이 쉽다는 매력은 웹진의 주요 포석이다.

 

이에 반해 일반잡지가 서비스하는 사이트는 종이잡지에 실린 구성과 편집형태를 웹상에도 그대로 적용을 하고 있다. 특히 웹진의 역사적 사명감이나 개척정신 없이 기존 매체물의 홍보용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들의 무질서한 탄생은 문제로 지적된다.

 

웹진의 주제, 구성, 편집은 다양하다. 빠른 시간에 웹출판이 가능하며 언제든지 수정, 편집이 가능하다. 분량에 제약이 없으므로 심층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고 컴퓨터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종이 잡지에서 볼 수 없었던 동영상이나 음악, 소리 등도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공공 매체에서 다루기 힘든 표현과 자유분방한, 때로는 저급한 함량 미달의 사고 체계까지를 그대로 여과없이 내보낼 수 있다. 그 언어는 표준어의 규칙을 무너뜨리고,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낸 표현과 가치 판단이 불분명한 난삽한 감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기성 매체에서 접하기 힘든 언더그라운드 문화 등 소수집단의 문화부터 저급한 하위 문화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인터넷 특성은 긍정적인 가능성인 반면 동시에 부정적인 가능성으로 탈바꿈될 수도 있다.

 

거대 출판 자본을 기반으로 각 부문의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종이잡지의 기획력과 품질에 비해 웹진의 소규모 투자와 인적 자원, 빠른 순발력에 의존한 나머지 깊이를 잃고 부유하는 가벼운 속성은 웹문화의 지속적인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한 인터넷이란 틀에서만 가능하다는 것과 인터넷의 공개 특성상 유료화가 어렵기 때문에 취재 인력-능력-시간 등 제약으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고 심하면 저널리즘이 실종될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대부분 웹진들이 운영상의 문제로 업데이트를 무한정 연기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기존 매체보다 큰 문제로 지적되진 않는다고 해도 신뢰를 잃어버리는 건 마찬가지. 폐간에 대한 부담도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웹진의 성공은 운영자와 방문자들이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과장된 것은 아니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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