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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처럼 흐르는 인간의 일생, ‘신정일의 한강역사문화탐사’

 

 

자동차로 여섯시간 반이면 가고도 남을 한강 1천3백리(약5백14km)길.

 

신정일 황토현문화연구소장(48)이 쉬운 길 놔두고 열엿새 동안 발품팔아 한강을 답사한 결실을 책으로 펴냈다. ‘신정일의 한강역사문화탐사’. (생각의 나무)

 

‘금강 401km’(2000년) ‘섬진강 따라 걷기’(2001년)에 이어 세번째 펴낸 우리강 답사기다.

 

그는 90년 섬진강 기행을 시작으로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 낙동강 등 우리강 따라 걷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한강 도보답사기도 지난해 7월과 8월 한여름동안 강행군한 결과다.

 

동학농민혁명을 연구하고 숨어 있는 우리 문화와 역사 발굴에 앞장서온 향토사학자인 그가 우리강 따라 걷기에 나선 이유가 뭘까.

 

“물방울이 개울을 이루고, 썩은 물과 깨끗한 물 등 모든 물줄기가 만나 강을 이뤄 바다로 흘러갑니다. 강을 보면 사람의 일생과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사람과 역사도 세월따라 흐르며 살아가는 것이 순리라는 대명제를 강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옛부터 산에 대한 글은 많은 반면 강에 대한 글이 극히 드물어, 강을 탐구해보자는 지적호기심도 작용했단다.

 

그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한강을 돌아본 이유를 ‘견문이 넓은 사람일수록 안목이 좁은 사람이 없다’는 주자의 말로 대신했다. 좋은 곳만 찾아다니는 ‘주차간산(走車看山)’에서 벗어나 유유자적 하게 걸으면서 전체를 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민속학자 주강현씨의 표현대로라면 ‘미련스럽게’한강을 천천히 걸어서 얻은 결과는 찬란하다. 책장과 책장에는 강변을 끼고 있는 사람과 문화, 역사, 그리고 자연환경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생생한 덕분이다.

 

한강의 발원지 강원도 태백 검용소에서 시작된 여정은 남한강이 북한강과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를 거쳐 서울의 부산스런 한강가를 지나고 서해로 스며드는 김포 보구곶리에서 멈춘다.

 

그는 강을 가로막은 철조망과 ‘적은 이곳을 보고 있다’는 문구에서 분단의 아픔을 상기한다.

 

“강에도 보이지 않는 휴전선이 있구나. 커서 한강이 아니라 한이 많아 한강이구나.”

 

1∼2시간이면 갈 길을 물따라 한나절 이상 돌아가면서 삶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배우는 마음은 그의 이력에서 배어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졸업장이 정규학력의 전부인 그는 오로지 문학도의 길을 걷기 위해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알리고 싶은 마음에 독학으로 역사를 공부한 그는 85년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세우고 동학농민혁명 재조명 사업을 꾸준히 전개하면서 김개남·손화중 장군 추모비를 건립했다.

 

전라세시풍속보존회를 만들어 대보름놀이, 화전놀이, 유두놀이 등 절기에 맞는 전통세시풍속의 맥을 잇는 일도 그의 활동 중의 하나다. 

 

우리문화와 역사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에게 요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우리나라 지리를 이야기하면 이중환의 ‘택리지’가 전부예요. 택리지를 뛰어넘는 신택리지를 쓰고 싶습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북한까지 아우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신택리지’를 쓰고 싶다는 그의 걷기가 남한 강에서 그치지 않고 북녘땅에도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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