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진북동 이은준씨(67) “52년만 동생을 만나봅니다” 13일∼15일
“생사 확인이 안돼 그토록 가슴에 한이 맺혔건만…. 52년 전 행방불명된 동생을 만날 수 있게돼 꿈만 같습니다.”
오는 13일 금강산 제5차 이산가족 금강산 상봉에서 북측 동생과의 만남을 앞둔 전주시 진북동 이은준씨(76).
이씨는 이미 지난해 동생 리은석씨(67)가 남한의 가족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아쉽게도 상봉대상자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6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최종 상봉자로 확정됐다는 전화를 받고 매일 벅찬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지난 1950년 7월, 군산중학교에 다니던 은석이는 ‘잠시 학교를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건넨 뒤 사라졌는데…. 백발 희끈한 일흔 나이의 동생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분단 세월의 장고함을 새삼 깨달았다.”
이씨는 10일 종일 쇼핑을 하며 북측의 동생에게 가져달 줄 선물꾸러미를 챙기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씨는 “뭐든 다 해주고 싶어 달러도 환전하고 응급약도 많이 준비했는데 제약이 심하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이번 금강산 상봉길에는 부인 이갑인씨(72), 큰형 은창씨(78), 장손인 큰 조카 영민씨(56)와 함께 나선다. 이씨는 “큰누이 월동씨(85)와 작은 누이 월애씨(82)가 불과 1년사이에 지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동생을 만났더라도 누이들의 한은 풀었을 것”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들은 13일∼15일 금강산에서 2박3일 일정을 갖는다.
◇‥‥김제 백구 김옥천씨 "북측형님 세상떠나 안타까워"
“하나밖에 없는 형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 북측의 조카를 만나 형님 얘기를 맘껏 들어보고 싶을뿐이다.”
팔순을 훌쩍 넘긴 김제시 백구면 월봉마을 김옥천 할아버지(83).
김 할아버지는 오는 16∼18일 이산가족 금강산 상봉에서 북측의 가족을 찾아나설 일행 중 도내에서 유일하게 방문단에 포함되는 행운을 안았다.
도내에 연고를 둔 7명의 후보자 중 홀로 명단에 오르는 행운도 잠시. 그토록 만나뵙길 애원했던 형님(고 김용철·89)이었지만 연세가 지긋해 가슴을 졸여왔던 김 할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말을 잊어야 했다.
남북으로 분단될 줄은 상상치도 못했던지난 1940년대 초반. 당시 김할아버지의 형님은 일자리를 구했다며 북쪽을 향했고 몇 해가 지나 민족분단의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결국 두 형제의 비극이 시작된 것.
김 할아버지는 “이제서야 듣게 된 형님 소식이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것일 줄은 몰랐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형님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 외에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형님과 나누고 싶은 말은 너무도 많았는데. 이번에 만날 작은 조카 딸아이를 통해 그간 형님이 보내온 세월에 귀를 기울일 참이야.”
김 할아버지는 이번 상봉에 두 아들 상수(50)·상근씨(46)와 함께 16일 금강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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