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연극제 ‘D - 2’.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 지하에 마련된 전국연극제 상황실은 막바지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17명의 스탭보다 작은 평수의 상황실은 무대의 이동 통로보다 더 좁게 느껴지지만 부대껴야 사는 맛을 느끼는 사람들이기에 불평하는 소리는 없다.
박병도 대회장(46)과 류경호 집행위원장(41), 조민철 상황본부장(41)을 필두로 7명의 스탭이 결합, 올해 4월 문을 연 상황실은 초기 기획관리와 공연지원으로 나뉘었던 팀제를 연극제 반백일 남기고 관객개발, 홍보유치, 섭외·의전, 부스관리, 전시 부문까지 확장해 현재 7개 영역으로 세분화했다.
연극제 스탭은 대부분 이 지역에서 현장감각을 익혀온 배우 출신. 축제만을 위해 곳곳에서 모여든 다른 축제 구성원과 달리 이곳은 전북 연극계의 선배와 후배들로 결합된, 함께 걸어왔고 앞으로도 서로를 바라보며 걸어가야 할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언제나 조심스럽다.
연극제를 진두지휘하는 류경호 위원장과 조민철 본부장은 행사의 운영과 진행을 총괄 책임진다. 류위원장은 올해 전북대표로 출전하는 ‘극단 창작극회’의 대표이면서 올해 참가작품의 연출. 또한 실무에 있어서도 중국 강소성 예술극단과 관련한 업무를 더불어 맡고 있다.
조본부장은 전주시립극단의 배우로 지역에서 첫 손에 드는 배우이자 연출가다. 한참 선배이면서도 가장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 후배들의 신임이 더 두터워졌다는 후문.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는 공연관리 부서는 시립극단 배우이자 마임극단 ‘달란트 연극마을’의 대표로 활동하는 최경식 실장(37)과 전북연극협회 정은선 차장(27)이 맡고 있다. 올해 11월 결혼을 앞둔 정차장은 결혼보다 연극제가 급하다며 이곳에서 행정과 회계 등 안살림을 도맡았다.
홍보·유치는 정찬호 실장(37), 이도현 팀장(35)과 이혜지(24), 변은하씨(23)가 맡고 있다. 정실장은 극단‘황토’, 이팀장은 익산 극단‘작은 소·동’, 혜지씨는 극단‘창작극회’에서 활동하고 있고 은하씨는 자원봉사자에서 스탭으로 결합, 구성작가인 그의 직업을 살려 홍보 일을 돕고 있다.
전시팀은 최성진 팀장(29)과 강지연씨(26). 종교인을 꿈꾸다 교단에서 무대로 터전을 바꾼 최팀장은 동국대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구파. 한일장신대 극단 ‘한빛극회’출신이다. 강지연씨는 지난해 4대문화축제 전야제 진행팀과 올해 종이축제에서 홍보·행정 등을 담당한 경험을 이곳에서 펼칠 계획.
인원이 적어 홀로서기를 주장한 이들도 있다. 관객개발 실장인 백민기씨(33·전주시립극단 단원)와 부스관리팀장 김영란씨(37·극단‘황토’단원), 섭외·의전팀을 담당하고 있는 주서영씨(22·극단‘창작극회’단원)가 그들이다.
연극제에서 빠질 수 없는 무대연출은 정현호 실장(40·연극협회 군산시지부장)을 앞세운 공연지원팀에서 맡고 있다.
조승철 공연지원1팀장(30·극단‘하늘’대표)이 연극제 경선에 참여하는 팀들의 공연을 담당했고 백정민 공연지원2팀장(28)이 전국대학생연극제와 어린이 연극 등 부대행사 무대를 책임진다. 또한 올해 전국연극제의 집행위원이자 전문위원인 연출가 최솔씨(44)가 개막공연 총연출로 손을 보탠다.
“제 일이 섭외·의전뿐 인줄 아세요. 홍보, 관객개발, 서류 만들기 등등 할 일이 너무 너무 많아요” 상황실 막내 서영씨가 장황하게 늘어놓은 말처럼 각자의 역할이 구분돼 있긴 하지만 역할 구분에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새벽까지 일해도 일손이 부족해 담당자가 짬이 나지 않을 경우 당장 ‘눈에 띄는 사람’이 일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병도 연출의 ‘제20회 전국연극제’ 본 무대가 이제 2일 앞으로 다가왔다. 걱정이 태산같은 스탭들이지만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 있다. “初心을 살리자”.
전국연극제를 통한 연극인들의 결합이 단지 올해 전국연극제만을 책임지는 것은 아닐 터. 이들이 18일 동안 보여주는 무대를 통해 분명 전북 연극의 내일까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들의 ‘初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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