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의 무대, 무한감동의 창조’. 제20회 전국연극제가 26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개막된다.
10월 13일까지 열리는 올해 연극제는 서울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지역 예선을 거쳐 선발된 대표팀과 해외 1팀 등 총 16개 팀이 출전, 27일 비경선 팀인 미국 달라스지부의 ‘이 몸이 새라면’을 시작으로 매일 한 작품씩 모악당과 연지홀 무대를 번갈아 오르게 된다.
26일 개막식과 함께 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과 놀이마당에서 열리는 개막축제는 중국 강소성 예술극단의 경극 공연이 초청됐으며, 전주기접놀이와 뮤지컬 ‘하이라이트 갈라쇼’ 등이 진행된다. 이번 대회 경연에 참가하는 예상인원은 배우 180여명과 스탭 140여명에 이른다.
올해 참여한 작품은 대부분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풍자와 함께 결국 참 인간에 대한 갈망에 이르는 리얼리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조선조 연산군을 소재로 한 ‘이(爾)’와 ‘엄마’(대전) 두 작품이 3개 극단에서 공연되고 ‘춘궁기’(충남)와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경남)는 한국전쟁이 떨군 상처에 주목했다.
소외된 사람들의 애틋한 삶의 단편이 담긴 ‘해가 지면 달이 뜨고’(충북) ‘아카시아 흰 꽃은 바람에 날리고’(강원), 인간성 상실과 이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그린 ‘물고기 남자’‘아비’(경북), 가족사에 얽힌 갈등과 회한을 오히려 유쾌한 언어로 표현한 ‘뼈와 살’ ‘꽃마차는 달려간다’‘고추 말리기’(대구) ‘그 여자의 소설’(전북) 등의 작품들이다.
경선에 참가하는 극단은 15개지만 제주, 경기, 울산이 ‘꽃마차는 달려간다’, 부산과 전남이 ‘이(爾)’를 중복공연해 전체 작품 수는 12작품.
같은 작가의 서로 다른 작품도 있어 참가 작품의 작가는 10명이다.
우리말을 맛있게 구사하기로 이름난 극작가 김태수씨의 ‘꽃마차는 달려간다’(3개 극단)와 ‘해가 지면 달이 뜨고’(1개 극단)가 4개 극단에서 공연되고 2000년 올해의 연극상과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김태웅씨의 ‘이(爾)’와 ‘우화적 작가’라는 수식어를 가진 이강백씨의 ‘뼈와 살’과 ‘물고기 남자’가 2개 극단에서 올려진다.
이들 작가 10명 모두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 대부분 이미 공연돼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들이다. 전국연극제가 지방연극의 활성화를 내세우고 시작된 경연 형식의 행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창작극 부재와 지역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점은 올해 연극제의 아쉬움이다.
이처럼 중복된 작품과 작가가 많은 것은 각 지역별로 자체 경선을 통해 올려지기 때문. 창작작품을 준비한 대부분의 극단들은 지역 예선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전북의 경우도 지난 5월 전북연극제에서 극단 ‘하늘’의 ‘종이새’와 극단 ‘명태’의 ‘숨길 수 없는 노래’가 초연 창작품으로 우수상과 장려상, 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최우수작품상만 참가하는 전국연극제에선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창작극 부재의 아쉬움속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희곡작가들의 작품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성숙한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연극제 기간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매일 밤 9시부터 놀이마당 특설무대에서 총 40여개 단체가 출연, 록과 댄스가 어우러진 ‘한밤의 신명 무대’가 펼쳐지고 거리마임·무용극 페스티벌, 탈춤, 거리풍장패 등 다양한 순회 퍼포먼스가 매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전주대, 경성대, 경기대, 명지전문대 등 6개 대학극단이 참여하는 전국대학연극축제는 28일부터 명인홀에서, 인형극단 ‘까치동’의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 공연은 29일부터 놀이마당에서 시작된다.
또한 행사기간 내내 모악당·연지홀 로비와 중앙광장 야외부스에서는 전국연극제 20년 자료전을 비롯해 무대의상 초대전, 무대세트모형 초대전, 전북연극조망사진전, 연극도서장터 등 전국·전북 연극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의미가 깊은 행사들이 이어진다.
28일과 10월 8일에는 연극교육의 이론과 실제, 전국연극의 경영 성과와 한국연극의 발전 좌표를 모색하는 세미나도 열린다.
특히 성년이 된 연극제를 기념해 지난 20년의 기록을 인쇄물과 사진을 통해 살펴보는 ‘전국연극제 20년 사진전’과 도내 공연사진과 팜플렛, 포스터, 희곡대본 등을 전시해 전북연극의 거슬러 보는 ‘전북연극 자료전’은 연극이 갖는 일회적 특성을 영구성을 가진 사진 매체로 확인함으로써 전국연극제와 전북연극의 위상을 비교·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대회는 최우수상인 대통령상 수상 팀에게 상금 2천만원이 수여되는 것을 비롯해 금상, 은상 등 단체상 3개 부문과 개인부문 희곡상, 연출상, 연기상, 무대예술상 등 총 7개 극단과 9명의 연극인에게 7천8백만원이 수여된다.
“지난 87년 이후 전주에서 15년만에 열리는 전국연극제가 도내 연극의 저변확대에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전국연극제 박병도 대회장은 도민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기대했다.
연극제 입장권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입장료 일부를 지원하는 ‘사랑티켓’제를 운영, 일반인 3000원, 학생 1000원이다.(문의 063-277-7440)
□ 개막축하공연
제20회 전국연극제 개막을 축하하기 위한 중국 강소성 예술극단의 공연이 26일 오후 7시 30분부터 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열린다.
공연작은 중국 희극매화상 수상작인 ‘염금풍’(廉錦楓)을 비롯해 ‘청석산’(靑石山) ‘옥 팔지 줍다’‘화용도’(華容道) 등 전통 경극과 신작 역사 경극이다. 중국의 전통극 예술형식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경극은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시, 창, 영송, 무용, 곡예, 무술이 하나의 위대한 연극예술로 뭉뚱그려 있어 포괄적 공연예술로 불린다.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 강소성 예술극단은 정취화, 공소평, 이결, 진림창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국가 1급 배우들과 쟁쟁한 젊은 배우 등 2백여명으로 구성된 경극 공연예술단체. 또한 ‘낙타상자’(駱駝箱子) ‘청사전’(靑蛇傳) ‘홍릉염’(紅菱艶) ‘홍교증주’(虹橋贈珠) 등으로 제6회 중국예술제 대상, 제3회 문화상 신작품상, 전국 경극 신작품보고 공연 우수작품상, 제7회 세계청년축제 금상 등을 수상한 저력 있는 극단이다.
한편 강소성 예술극단은 28일(오후 2시/7시)과 30일(오후 7시) 부안 문화예술회관과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 사랑티켓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 참가 작품
공연일자 공연장 시·도 극단명 작품명 작가 연출
9.27(금) 연지홀 미국 달라스지부 ‘이 몸이 새라면(비경선) 김길수 김길수
9.28(토) 모악당 전북 창작극회 ‘그 여자의 소설’ 엄인희 류경호
9.29(일) 연지홀 제주 아라 ‘꽃마차는 달려간다’ 김태수 김혜정
9.30(월) 모악당 충남 성터 ‘춘궁기’ 박수진 채필병
10. 1(화) 연지홀 대구 처용 ‘고추 말리기’ 선욱현 최주환
10. 2(수) 모악당 대전 앙상블 ‘엄마’ 김현묵 이종국
10. 3(목) 연지홀 경기 동선 ‘꽃마차는 달려간다’ 김태수 조성일
10. 4(금) 모악당 울산 푸른가시 ‘꽃마차는 달려간다’ 김태수 황병윤
10. 5(토) 연지홀 광주 청춘 ‘뼈와 살’ 이강백 이행원
10. 6(일) 모악당 부산 하늘개인날 ‘이(爾)’ 김태웅 곽종필
10. 7(월) 연지홀 경남 입체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상렬 이종일
10. 8(화) 모악당 전남 백운무대 ‘이(爾)’ 김태웅 조석주
10. 9(수) 연지홀 강원 굴렁쇠 ‘아카시아 흰 꽃은 바람에 날리고’ 이근삼 장규호
10.10(목) 모악당 경북 에밀레 ‘아비’ 김동수 이금수
10.11(금) 연지홀 인천 인토 ‘물고기 남자’ 이강백 송인혁
10.12(토) 모악당 충북 청사 ‘해가 지면 달이 뜨고’ 김태수 이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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