啄木休啄木하라, 老木餘半腹이라. 風雨寧不憂나, 木 爾無屋이라.
탁목휴탁목하 노목여반복 풍우영불우 목최이무옥
딱따구리야, 딱따구리야, 나무를 그만 쪼아라, 이 늙은 나무의 배(腹)가 반밖에 남지 않았구나. 비바람에 내가 쓰러지는 건 두렵지 않다만 내가 쓰러지고 나면 네가 살아갈 집이 없을까봐 걱정이구나.
3.1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 중의 한 분이었으며 근세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탁월한 안목을 가진 고서화 감식가(鑑識家)이자 수장가(收藏家)였고 전각가(篆刻家)이자 서예가였던 위창(葦蒼) 오세창(吳世昌) 선생의 작품집에서 본 글이다. 위창 선생께서 직접 지으신 글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글을 옮겨 쓰신 것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딱따구리와 나무와의 관계를 잘 묘사하여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빼어난 시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나무에 사는 벌레를 잡아먹는 재미에 빠져서 자신이 사는 집인 노목이 쓰러지는 줄도 모르고 계속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 마치 제 삶의 터전인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사람을 보는 것 같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산을 깎아 집을 짓고 계곡을 막아 둑을 쌓고, 다시 산을 잘라 길을 내는 사람들.... 그게 장차 죽음을 부르는 일인 줄도 모르는 채 '개발 덕택에 잘 살게 되었다'고 오히려 좋아하고, 논과 밭은 온통 농약으로 오염되어 차츰 먹고살 게 없어지고 있는데 '농약덕택에 병충해 없이 소득을 많이 올렸다'고 오히려 춤을 추는 사람들.... 노목을 쪼아대고 있는 딱따구리와 다를 게 무엇인가? 사람아 사람아! 장차 어디에서 무얼 먹으며 살거니?
啄:쪼을 탁 休:쉴 휴 寧:차라리 영 :꺾일 최 爾:너 이 屋:집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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