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의 ‘지금’과 ‘어울림’을 탐구하고 창출하는 전주산조예술제가 10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동안 전주시 교동과 풍남동 한옥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로 네번째를 맞는 산조예술제는 전주산조예술제 조직위원회(위원장 장세환)가 주최하는 민간 주도의 자생적 문화운동. 작지만 전주가 지닌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다져나가는 축제를 지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산조예술제는 지난해 갖춘 축제의 틀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확연하게 다르다. 지난해엔 지금까지 형성되어온 산조음악을 되돌아봤다면 올해는 산조의 현재성을 주목했다.
생활 속에서 숨쉬는 산조, 생활과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통로와 양식을 찾는 ‘이 시대의 산조 만들기’와 우리 음악의 틀에 다른 음악을 융합시키는 ‘산조의 세계화’가 산조의 현재성을 발현한 형태이자 올해 산조예술제의 특징.
여기에 산조를 태동시켰던 배경의 정점에 있었던 시나위에 대한 탐구와 북한에서 연주되고 있는 산조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산조, 새로운 시도와 그 다양한 접근을 위하여 Ⅳ’를 주제로 △또랑깡대 콘테스트 △렉처콘서트Ⅰ△렉처콘서트Ⅱ △외국인을 위한 전통산조 △망자혼사굿 △유파별 가야금 산조 △재즈 산조 △명인산조 △거리산조 △산조성에 관한 좌담회 △풍물난장 등 산조의 미학과 다양함을 만끽하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전통 산조의 참맛
전통 기반 없이 실험성과 창조성을 모색한다면 사상누각(沙上樓閣)과도 같은 일. 산조도 마찬가지다.
올해 예술제에서는 전통 산조의 참맛과 흥을 느낄 수 있는 무대와 산조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산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유파별 가야금 산조와 외국인을 위한 전통산조.
유파별 가야금 산조(3일 오후 7시 전주한옥생활체험관 한옥마당)는 강태홍류 김병호류 김윤덕류 김죽파류 성금련류 최옥삼류 등 각 유파별 가야금 산조를 한자리에서 비교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박희전(전주시립국악단 수석) 송은숙(한양대 강사) 김정숙(이수진) 김귀자(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생) 이주은(서울시국악관현악단원) 등 차세대 연주자들이 나와 각 유파의 산조를 펼쳐낸다.
외국인을 위한 전통산조(5일 오후 3시 전주향교 대성전 앞뜰)는 외국인에게 한국의 정취와 전통산조의 멋과 흥을 맛보이는 자리. 원장현(국립국악원 지도위원)의 대금산조, 강정렬(전북도립국악원 교수)의 가야금산조와 가야금병창, 이세환(국립국악원장)의 거문고산조, 최선(전북도무형문화재)의 호남살풀이춤 등 명인들의 혼이 담긴 무대가 이어진다.
서마리아 박사(워싱턴주립대 민족음악학과 교수)와 강정자 대표(아름아시아)가 영어해설과 일어통역을 맡는다.
◇‥‥ 실험성 빛나는 산조세계
명인산조와 재즈산조는 산조의 실험성을 발현한 무대다. 과거의 산조가 아닌 오늘과 미래의 산조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명인산조(5일 오후 7시 전주향교 대성전)는 외국 산조인들과의 만남을 시도한다. 파리에서 활동중인 안승필씨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산조’를 피아니스트 김연미씨와 바이올리니스트 정유미씨가 연주하고 중국계 미국인 작곡가 바이로 아우 용(Byron Au Yong)이 스승 김영재 명인에게 바치는 ‘해금 산조’를 초연한다.
또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피아니스트 아키 다까세가 재즈피아노산조를, 중국 연변대 교수로 활동했던 김진씨가 북한의 가야금 산조를 풀어놓는다. 영재 명인도 참여 해금산조를 연주한다.
재즈산조(4일 오후 7시 경기전 야외무대)는 산조와 재즈가 어우러지는 실험무대다.
전주산조예술제 시나위팀과 백제예술대학 재즈팀이 출연하고 아키 다까세가 재즈피아노 산조를 연주한다.
◇‥‥ 북한에도 산조가 있네
남북교류 움직임이 활발한 요즘의 한반도 분위기에 걸맞는 무대도 마련된다. 북한과 연변의 가야금 산조의 역사와 현황을 일별할 수 있는 ‘렉처 콘서트Ⅰ’(4일 오후 4시 전주한옥생활체험관 대청). 이야기와 연주로 북한의 산조 현황을 소개하는 자리다.
김진 전 연변대학 교수가 가야금 산조를 펼쳐낸다. 김씨는 연변에 살고 있는 조선족으로 북한에 유학, 안기옥 정남희를 사사했다.
조용석 도립국악원 교수가 사회자로 나온다.
◇‥‥ 산조, 알아야 더 잘들린다
무작정 음악만 듣는다고 그 음악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연주자의 자율성과 실험성이 강한 산조는 특히 그러하다.
렉처 콘서트Ⅱ와 산조성에 관한 좌담회는 우리 관객들은 물론 외국인들이 산조에 한걸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
렉처 콘서트Ⅱ(5일 오후 2시 전주한옥생활체험관)는 외국인 음악가에게 산조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마당이다. 스승과 제자인 김영재 명인과 바이론 아우 용이 참가, 스승과 제자의 입장에서 한국음악에 대한 이야기와 바람직한 사제 관계 및 전수에 대한 모색을 이야기한다. 민족음악학자 알란 헤이맨(Alan Heyman)이 사회자로 나온다.
산조성에 관한 좌담회(5일 오후 10시 다문)는 산조음악에 나타난 산조성을 연주자와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 명인들의 즉흥연주가 곁들여진다. 송영국 교수(백제예대 전통공연예술과)가 사회를, 강정자씨가 일어통역을 맡는다.
◇‥‥ 시민들이 만드는 무대
‘관객과 시민이 주인이어야 한다’는 축제의 대명제를 풀어놓는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또랑깡대 콘테스트와 망자혼사굿, 거리산조, 풍물난장 등.
또랑깡대 콘테스트(3일 오후 1시 다문)는 소리판의 새로운 시도. 일반 시민들이 참가, 쉬운 판소리와 친근한 판소리를 풀어내는 마당이 된다.
망자혼사굿(6일 오전 11시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은 혼인을 못하고 죽은 영혼들의 영혼혼례식. 공개 모집한 위령 가운데 궁합을 맞춘 10쌍을 합동으로 혼례시켜 준다.
산조 생성기에 영향을 준 시나위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진도지방의 정통 세습 단골가인 채정례 단골네가 굿판을 연다.
풍물난장(5일 오후부터 6일 아침까지 전주 천변)과 거리산조(6일 오후 6시 교동 자갈포장길)는 신명난 마을잔치마당. 풍물난장은 풍물패와 시민, 관객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거리산조에서는 전문 연주자들과 아마추어, 동네 주민들이 함께 흥겨움에 젖는다.
◇‥‥ 축제 만드는 사람들
산조예술제는 순수 민간조직인 전주산조예술제조직위가 이끄는 것이 특징. 보통 관주도나 민관병행 축제와는 다른 양상이다.
이달초 새롭게 선출된 장세환 위원장(49)이 조직위를 이끌고 있고 박흥주 예술감독(44·굿연구소장)이 산조예술제를 프로그래밍했다. 전통문화사랑모임에서 우리 것 지키기에 앞장서온 오종근 사무국장(40)은 조직위 살림을 도맡았고 강정자 대표(아름아시아)는 해외 코디네이터를 담당, 서울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했다.
조용석 도립국악원 교수(40)는 섭외, 올해 동문거리축제로 관심을 모았던 문화게릴라 성기석씨(30)는 섭외, 한천수씨(29)는 행사진행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산조예술제에도 참석했던 서마리아 박사(63·워싱턴주립대 민족음악학과 교수)는 자문역할을 맡아 영문자료 번역과 해외게스트 섭외 등에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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