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른을 갓 넘긴 젊은 시인 박성우씨(31·원광대 문예창작과 석사과정).
2000년 ‘거미’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뒤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현대시동인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시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가 첫 시집을 내놓았다. ‘거미’.(창작과비평사)
젊은 시인으로는 드물게 가난과 슬픔의 가족사를 진솔하게 녹여낸 시편들이 빼곡하다.
체험을 바탕으로 쓴 ‘그늘진 이야기’지만 그 아픔과 속아림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시가 가진 미덕이다.
“가난 체험을 절실하게 다루기 보다는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미적으로 형상화하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그 체험이 사회에 대한 이러저러한 요구나 태도로 비쳐지고, 문학성을 훼손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표어나 구호로 전락하기 쉬운 참여시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는 그는 풍요의 상징이었던 80∼90년대 지난한 가난과 슬픔으로 찬 가족사를 맛봐야 했다.
아버지의 죽음과 칠순이 다 되도록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청소부로 일하는 어머니, 가난한 집 아이들이 대개 그러하듯 그러한 처지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그와 그 누이들, 그리고 생계와 학업을 위해 봉제공장에서 고단한 노동에 빠져야 했던 그의 모습이 시의 행간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봉제공장에서 2년간 일했을 때 주위에서 ‘글쓰려고 미쳤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어요. 하지만 저에겐 그게 생계였습니다. 지난함 속에서 나온 아픔과 외로움, 슬픔, 분노 같은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 쳐 시가 나온 셈입니다. 다만 그 감정을 내면 깊숙이 받아들여 묵묵히 견디는 자세와 문학정신을 되새겼습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들도 가장 힘들 때 쓴 작품들이어서 더 애착이 간다는 것이 그의 설명. ‘보름달’과 ‘초승달’ ‘콩나물’에는 자신의 지친 마음과 세상을 향한 분노가 담겨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쓸쓸하고 지루한 날’들이지만 견뎌나가야 한다는 것을 달관한 것 처럼.
들뜨거나 과장된 포즈가 없는 시쓰기가 돋보이는 그의 바람은 시를 통해 어두운 곳을 바라보고 보듬어주는 시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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