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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미군, 새만금도 농락할 셈인가

 

 

언젠가 토요일 오전 제주도를 갔다 오는 길에 군산 미군비행장에서 여객기도 아니고 전투기도 아닌 조그마한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무슨 비행기냐고 물었더니 관계자는 여객수송기라고 했다. 그 수송기는 군산기지내 군속들이 오산기지로 쇼핑을 가는 길이었다. 한때 군산지역은 미군기지 때문에 경제적 이익이 창출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는 게 지역주민들의 이야기이다.

 

식수까지도 미국에서 날라다 먹고 쇼핑도 오산으로 나가는 판이니 지역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환경오염과 임대료, 사용료 갈등

 

미군 군산기지는 경제적 이익은 고사하고 이미 오래전부터 기준치를 훨씬 넘는 오폐수를 흘려보내고 있어 이제는 시민들의 원성까지 사고 있다. ‘군산미군기지 우리땅 찾기 시민모임’의 문정현 신부(상임대표)는 “도대체 기지안에서 무슨 일을 하길래 시커먼 오폐수가 흘러나오는지 두눈으로 확인해야 겠다”며 기지방문을 요구했으나 굳게 닫힌 정문은 열릴 줄 몰랐다. 항의 농성만 숱하게 해야 했다. 문 신부는 우리 땅을 내주고도 들어가질 못하니 이런 나라가 주권행세를 하는 나라로 볼 수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2년전 미 대사관이 여론 수렴 차원에서 호남지역 기자협회 임원들과 가진 대화의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당시 기자는 군산기지의 오폐수 문제를 거론하며 시민단체의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사관이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때 대사관측은 “그런 일이 있었느냐,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 답변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언반구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 민항기는 군산기지 활주로를 이용하는데 따른 사용료로 비행기가 한번 내릴 때마다 33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95년 협약체결 당시 7만원선(60달러)이던 것이 매년 에스컬레이팅돼 5배나 올라 버렸다.

 

우리 땅을 내주었으면 당연히 임대료를 챙겨야 하는 것이 정리일진대, 임대료는 커녕 시민 세금으로 건설한 활주로 사용료를 오히려 미군측에 지불하고 있는 형편이니, 나라의 체면과 국민의 자존심이 물구나무 선 꼴이다.

 

이번에는 미군 장갑차에 치인 여중생 희생사건의 국민적 공분(公憤)이 채 가시기도 전에 주한미군측이 미군비행장 시설의 일환으로 새만금지구 부지 1백30여만평의 공여를 국방부에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또한번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국방부의 국회 보고자료가 유출되면서 논란이 일자 당국은 관련부처간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며 한발 빼고 있지만 언제든 도질 수 있는 잠복성 현안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통의 축’에 있다는 것도 알아야

 

새만금은 아직 뼈대도 없고 속살도 드러나지 않은 푸른 바다 상태이다. 이 지역을 군사비행장으로 활용하겠다니, 그리고 기껏 군사시설 만들겠다고 대역사(大役事)를 시작했단 말인지 불만스럽기 짝이 없다. 식수는 미국에서 갖다 먹을 망정 김칫국부터 마시는 법은 한국에서 제대로 배운 모양이다.

 

새만금에 군사시설이 들어선다면 환경영향평가와 수질보전대책을 다시 세워야 하고 농지관리기금으로 조성한 취지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이 기회에 재론의 여지를 봉쇄해야 한다. 미군은 불평등 한미행정협정(SOFA)과 임대료, 범죄, 환경오염 등 민원(民怨)의 한 복판에서 이제는 새만금부지의 공여까지 요구하고 있는 마당이다. ‘악의 축’만 얘기할 게 아니라 미군은 ‘고통의 축’에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경재(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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