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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생명] 만경강 상류

 

만경강이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수질환경이 개선된 측면도 있지만 하천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난 이유다. 무심코 스쳐갔던 풀 한포기, 그리고 하천에 잎을 띄워놓고 있는 부엽식물 하나하나에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눈길이 쏟아진다.

영농기 가뭄으로 농업용수가 부족했던 시기 말고는 이같은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일제시대 식량증산을 목적으로 한 대규모 하천개발이 이뤄진 후 중·하류 평야지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용수로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만경강이 이제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거듭나고 있다.

아는 만큼, 그리고 관심을 갖는 만큼 만경강은 점점 소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만경강 생태하천가꾸기 민·관·학 협의회’가 지난 5일 ‘생태·역사문화 탐방’을 실시했다. 지난 6월 공식 출범한 협의회가 본격적으로 나선 첫 탐사활동이다.

발원지에서 삼례 비비정까지 하천의 물줄기를 따라 실시한 이번 탐사에는 민·관·학협의회 회원과 도내 대학생등 80여명이 참여했다. 또 우석대 조법종교수와 도청 오문태 사무관을 비롯, 하천생태및 산림식생 전문가인 조두성·김진태·김양용박사가 강사로 나섰다.

특히 강 상류 회포대교 인근에서는 고무보트를 이용, 참가자들이 하천의 다양한 생태환경을 직접 관찰하기도 했다.

고산천과 소양천이 만나 하폭을 크게 넓히며 비로소 강의 모습을 갖추는 만경강 상류 회포대교 인근에서 하리교까지 약 2km구간.

인위적 교란이 적어 자연생태계가 비교적 원형 가깝게 보전돼 있다는 평을 받는 이 곳이 최근 생태학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주천 합류 직전까지의 구간으로, 어류와 수생식물·곤충·조류등 우리 나라 어느 하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생태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구간에서는 다양한 종의 수생·수변식물이 대규모 군락을 형성, 하천식생의 보고(寶庫)로 일컬어지고 있다.

10월초에 찾은 만경강. 자그마한 담홍색 꽃을 피워낸 고마리군락이 물가에서 먼저 탐방객을 맞았다. 강 상류와 중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변식물로 깨끗한 하천에 군락을 형성하며 수질정화작용도 해낸다는 게 강사로 나선 조두성 박사의 설명이다.

고무보트를 타고 들어간 하천은 노젓기가 불편할 만큼 부엽식물 군락이 많았다.
이제 꽃잎을 막 떨군 노랑어리연꽃과 마름이 우점종을 형성했고 어리연꽃과 왜개연꽃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이 구간에 모습을 드러낸 가시연꽃이 곳곳에서 발견돼 개체수를 급속하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환경부가 감소추세 식물로 규정한 자라풀도 4∼5년전부터 출현하기 시작, 빠르게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사가 퇴적돼 있는 곳에서는 줄과 부들·달뿌리풀·갈대등 추수식물이 폭넓게 자리를 잡았고 물의 흐름대로 떠다니는 개구리밥과 생이가래등 부유식물도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줄기와 잎이 물속에 잠겨있는 침수식물로는 검정말과 붕어마름·물수세미·나사말군락이 분포했다. 번식력이 왕성한 외래식물 털물참새피 군락과 환삼덩굴도 빼놓을 수 없는 만경강 하천식생이다.

이처럼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게 나타나는 생태하천은 우리 나라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며, 도심근처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특별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한국생태학회 회장인 길봉섭교수(원광대)는 “회포대교 인근에서 하리교까지의 구간은 만경강 생태계의 핵심으로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며 “생태교육장으로서는 전국적으로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교수에 따르면 이곳에는 개체수가 많지는 않지만 수염가래꽃과 식충식물인 통발등 희귀식물도 분포하고 있다.

만경강은 이제 한반도 곡창지대의 젖줄로서뿐 아니라 생태계의 보고로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생물 종 다양성이 가장 풍부하게 나타나는 상류 회포대교 인근 지역은 하천 전체구간중 강폭이 가장 넓은데다 도시에서의 접근성도 매우 양호,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최적지다.

만경강생태하천가꾸기 민·관·학협의회는 내년에도 계절별로 구간을 정해 생태·역사탐방을 실시할 계획이다.

◇‥‥ 만경강의 가시연꽃

희귀 수생식물인 가시연꽃이 만경강 상류에 대규모 군락을 형성,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만경강 생태탐사를 실시한 ‘만경강 생태하천가꾸기 민·관·학협의회’는 6일 “강 상류인 회포대교 부근 약 1.5km구간에서 가시연꽃 군락을 확인했다”며 “만경강과 같은 대규모 하천에서 가시연꽃 군락이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민·관·학 협의회의 탐사결과 4∼5년전까지만해도 만경강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가시연꽃이 회포대교∼하리교 구간 곳곳에 자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로 물 흐름이 없는 연못이나 호소(湖沼)에 분포하는 가시연꽃은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수면에 잎을 띄우는 부엽식물로 강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대해 식생연구 전문가인 조두성박사는 “상류 곳곳에 축조된 보(洑)의 영향으로 토사가 쌓이고 물의 흐름이 막히면서 가시연꽃과 자라풀등이 최근 급속히 번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태하천가꾸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전북도 오문태 사무관은 “만경강 상류에서 최근 간헐적으로 보이던 가시연꽃이 이번 탐사에서 무더기로 확인됐다”며 “상류지역 환경보전을 위해 생태계보전지역 지정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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