坐有琴書便是仙이라.
좌유금서변시선
앉은자리 주변에 금(琴:악기)과 책이 있으면 그게 곧 신선이다.
《채근담》에 나오는 '坐有琴書便成石室丹丘(자리에 琴書가 있으면 그곳이 곧 신선이 사는 곳이네)라는 말을 7언 句로 변형시킨 것이다. 어제 살펴본 "心無物欲乾坤靜"구절의 짝이 되는 구절이다.
요즈음이야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음악과 독서를 즐길 수 있지만 예전에는 음악과 독서를 즐기기가 쉽지 않았다. 극히 일부분의 사람만 주위에 악기와 책을 준비해 둘 수 있었다.
일반 사람은 범접할 수 없는 그런 귀한 책과 악기를 곁에 두고서 즐길 수 있었으니 가히 신선이라고 할 만 하다. 그러나, 악기와 책을 주변에 두고 늘 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고 해서 다 신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의 경지를 알고 책의 깊이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솔바람 소리와 같은 자연의 음악을 통해서도 우주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책에 실린 말씀 한마디를 통하여 세상을 환히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신선이 될 수 있다.
경지를 모르는 채 쌓아두는 것만으로 신선이 될 수 있다면 악기 수집가와 책방 주인은 이미 열 번 혹은 백 번쯤이나 신선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요즈음엔 책도 악기도 장식품으로 쌓아두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른 바 '서재(書齋)'를 꾸미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서재는 꾸밈의 대상이 아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앉아 있는 곳, 그곳이 곧 서재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坐:앉을 좌 琴:거문고 금 便:곧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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