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5백56회를 맞는 한글날이다. 한글의 참 뜻을 되새기고 우리 얼을 지켜나가자는 마음다짐을 새롭게 하는 이 기념일을 즈음해 오히려 ‘한글전용정책’의 문제점을 꼬집고 한자 사용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책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김병기 교수(48·전북대 중어중문과)가 쓴 ‘21세기, 한자는 필수다 - 아직도 ‘한글전용’을 고집해야 하는가?’. (도서출판 다운샘)
이 책의 중심축은 ‘한글은 한자와 함께 쓸 때 더 빛나’므로 한글전용정책이 국한문혼용으로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한글인 만큼 한글로 풀어 쓸 수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저자는 그러나 보조문자인 한자를 쓰면 쉽게 풀릴 문제들이 많은데도 인위적인 한글전용정책으로 한자사용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어리석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우듯 한자 역시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책은 한글전용 정책의 잘못된 역사적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한글전용정책은 학자연구나 학문적 진(眞)이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김교수의 분석.
저자는 해방직후 ‘한글 사용=애국 애족’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여기에 미국의 한국문화 지배의도가 교묘하게 맞아 떨어져 탄생한 것이 바로 한글전용정책이라고 강조한다.
한글전용이 올바른 정책이 아님에도 지금까지 이어지며 국민 대다수를 우리 역사와 전통, 문화를 모르는 까막눈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교수는 국한문혼용론과 한글전용론을 ‘근원적 진지함’과 ‘실용적 편리함’으로 각각 규정하고 “실용을 빙자한 한글전용정책에서 벗어나 근원적인 차원에서 우리 말과 글을 닦고 우리의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는 국한문 혼용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서구인들이 한자문화권, 동아시아에 눈을 돌리고 있는 21세기는 한자가 필수로 다가오는 시대라고 규정하는 김교수는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한자 사용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
“이 책을 한 중문학자의 학문적 외도라고 폄하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김교수는 인문학자로서 한자를 제외하고 학문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지 실감했기 때문에 한글전용의 폐해를 지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현배 허웅씨 등 한글학자의 주장을 ‘유치한 산수놀음’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김교수는 언제든지 난상토론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문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교수는 서예비평가이자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강암연묵회 부회장과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 연구·기획처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탈장르인가, 탈본질인가’ 등 서예평론문 40여편과 중국시학과 미학에 관한 논문 10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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