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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교수의 판소리 길라잡이] 장단(1)

 

 

판소리에서 장단처럼 자주 쓰이는 말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많이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판소리에서 장단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장단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별다른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였다. 그러면 장단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우선 장단이라는 말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우리는 '장단을 친다'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장단이 북 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만 알기 쉽다.

 

그러나 장단은 북 치는 일과의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단은 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짜는 것'이기도 하다. '장단을 짠다'는 것은 소리를 어떤 장단의 '틀'에 맞춰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때 장단은 소리와 관계가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장단이 맞다'는 말도 쓴다. 맞다는 말은 어떤 것을 다른 것과 비교했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예컨대 판소리를 할 때 소리와 북의 장단이 맞다고 한다면, 소리와 북의 장단이 서로 잘 어울린다는 뜻이겠다. 그러므로 이럴 때는 장단이라는 말이 소리와 북 모두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장단은 소리에도 있고, 북에도 있고, 또는 소리나 북이 의지하고 있는 어떤 '틀'로서, 관념으로만 존재하기도 하는 그런 존재이다. 장단은 이렇듯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러기 때문에 장단은 이런 것이라고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단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민속음악에서는 장단의 틀이 어떤 음악 전체를 통제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시나위 같은 음악은 여러 가지의 악기가 각기 다른 선율을 연주하면서도 장단의 틀만은 꼭 지켜나간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조화의 조화'를 실현한다. 산조의 경우에도 전체 형식을 규정하는 것은 장단의 틀이다. 가령 '진양조 ― 중모리 ― 중중모리 ― 자진모리 ― 휘모리'와 같은 형식적 틀을 지킨다.

 

판소리를 가르칠 때는, 음정은 다소 틀려도 별로 상관을 하지 않지만 장단이 틀려서는 안 된다고 세심한 주의를 한다. 이는 그만큼 우리 음악, 특히 판소리에서 장단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장단은 한자로는 長(길다)과 短(짧다)으로 쓴다. 그러니까 길고 짧은 것이라는 의미이다. 길고 짧다는 게 무엇일까. 음악은 소리로 되어 있다.

 

그 소리는 길이와 높이와 강약을 지니고 있다. 역으로 말하면, 이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추어야 비로소 하나의 소리가 정해진다. 일차적으로 장단이란 이런 소리의 특성 중에서 길고 짧은 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장단'이라는 용어는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최동현(판소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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