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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도연명과 국화(1)

 

 

結廬在人境이나, 而無車馬喧이라. 問君何能爾요, 心遠地自偏이라.
결려재인경이    이무거마훤     문군하능이   심우지자편

 

사람 사는 동네 안에다 오두막 한 채 지었건만 시끄러운 수레소리 말울음 소리는 들리지를 않네. 그대여! 어찌 능히 그러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내 마음이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있고 사는 곳 또한 구석진 곳이라서 그렇다네.

 

도연명의 〈음주〉시 20수 중 제5수의 처음 4구절이다. 도연명(陶淵明)은 위진남북조 진(晉)나라 사람으로서 "내가 어찌 다섯 말의 쌀을 얻기 위해 하찮은 관리들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랴?"라는 말을 남기고 관직을 떠나 평생을 전원 생활로 일관한 '은일시인(隱逸詩人)'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은거를 할라치면 우선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자신이 은거함을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고, 그러한 다음엔 무척 고고한 양 속세를 등지겠다는 뜻에서 으레 산으로 들어간다.

 

이런 은거는 대부분 가짜 은거다. 그런데 도연명은 어느 날 아침 기자 회견도 없이 사람이 사는 농촌 동네 속으로 떠나 그곳에 오두막 한 채를 짓고서 농부들과 더불어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이렇게 떠나온 그는 유명세를 치러야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가 돌아온 다음엔 더 이상 그를 찾는 사람도 마차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당신은 어찌 그리 초연할 수가 있느냐?"고. 이 질문에 대해서도 예사 사람 같으면 다시 한번 거드름을 피우며 '고매하고 청정한 인품'을 들먹이는 말을 할 테지만 도연명은 그저 담담하게 "내 마음이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있고 사는 곳 또한 구석진 곳이라서 그렇다."고만 말한다.

 

여기에 도연명의 진실한 삶의 모습이 들어 있다. 진실과 소박함이 그로 하여금 위대한 시인이 되게 한 것이다.

 

廬:오두막 려  境:경계 경  喧:시끄러울 훤  爾:그러할 이  偏:외질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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