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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왜냐고 물으면

 

 

問余何事棲碧山이면 笑而不答心自閑이라.
문여하사서벽산     소이부답심자한

 

누가 나에게 "무슨 일로 푸른 산 속에서 사느냐"고 물으면, 그저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아도 내 마음은 절로 한가하다네.

 

이태백의 시〈산중문답(山中問答)〉의 처음 두 구절이다. 사용된 시어(詩語)는 무척 조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구름을 뚫을 만큼 높다. 천재 시인 이태백의 내공이 담겨 겉으로는 조용하고 평범한 듯이 보이지만 안으로는 호방한 기상과 함께 달관의 경지가 녹아 있는 구절이다.

 

청산이 좋아 청산에 사는 사람을 보았다면 그냥 그렇게 보고서 지나갈 일이지 "왜 산에 사느냐"고 물으니 대답할 말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리고 설령 대답을 해주고 설명을 해준다고 해서 알아듣기나 할까? 그래서 그냥 빙그레 웃을 뿐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은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 내가 답답하게 보이겠지만 대답하지 않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마음이 한가하고 편안하기만 하다.

 

"왜 산에 사느냐"고 물어 온 그 사람이야 처음부터 산에 사는 내가 답답하게 보여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물었겠지만 산에 사는 나는 물어오는 그 사람을 답답하게 볼 일도 없고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볼일도 없다.

 

그저 내 마음이 한가하기만 하니 어려운 설명을 해야할 일이 무엇이며 내 마음을 보여주어야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아내는 가끔 쓸데없는 것들을 물을 때가 있다. 아내의 바가지 앞에선 그저 빙그레 웃는 것, "笑而不答心自閑"이 최상책이다.

 

남편도 가끔 쓸데없는 일을 따지고 들 때가 있다. 그 때에도 그저 "笑而不答心自閑"이 최상책이다.

 

余:나 여  棲:깃들 서  碧;푸를 벽  笑:웃을 소  答:대답할 답  閑:한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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